자장면 한 그릇으로 사람의 차이를 배우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 와서 낯선 환경에 우왕좌왕하는 에피소드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 나도 비슷한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작은 교훈을 얻었던 ‘중국집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직장인들의 가장 즐거운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바로 점심 메뉴다. 매일 망설여진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들르다 보면 중국 음식점에도 한 번쯤 가게 된다. 서울에 올라온 지 채 2주도 안 됐을 무렵이었다. 처음으로 동료들과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 동료들은 자장면, 짬뽕, 볶음밥, 잡채밥 등을 시켰다. 나만 간자장을 시켰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온 걸 보자 실망감이 들었다. 면 위에 계란 프라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란이 떨어졌나?’ 생각하고 그냥 먹었다.
그러다가 몇 주 뒤에 다시 그 중국 음식점에 가서 다시 간자장을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도 계란 프라이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계란이 떨어졌으면 바로 채워 넣어야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향 부산에서는 간자장을 시키면 반드시 계란 프라이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다시 몇 주 후 세 번째로 같은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 그리고 두 번이나 계란 프라이가 빠졌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은근히 ‘안 나오기만 해봐’ 부아를 내며 다시 간자장을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계란 프라이가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나는 음식을 가져온 종업원에게 “왜 계란 프라이가 나오지 않느냐?”고 따졌다. 종업원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주방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곧이어 주방장이 조리실에서 나왔다. 흰 가운에 긴 요리용 모자까지 쓴 전문 요리사다운 모습이었다. 그가 차분하고 깍듯한 태도로 인사하고는 말을 걸었다.
 

주방장 : 손님, 뭐 잘못된 것 있으십니까?
나 : 네, 여기 간자장에 계란프라이가 안 나왔어요.
주방장 : 네~에?
나 : 간.자.장.에 계.란.프.라.이.가 안 나왔다고요!

주방장은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는 “그런데, 손님 그렇게 하면 맛이 더 기름질 텐데 간.자.장.에 계.란.프.라.이.를 왜 올리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장은 주방 생활 20년 동안 계란프라이 올라간 간자장을 한 번도 못 봤다는 것이다. 나는 금방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음 내 고향인 부산에서는 항상 간자장에 계란 프라이가 얹혀 나오기 때문에 오해를 했다고 사과했다. 실제로 나는 서울에 올라오기 전 30년 동안 계란 프라이 없는 간자장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릴 수밖에.

우리는 각자 살아온 환경이나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상대를 오해할 수도 있고,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내 생각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
비단 지역뿐만이 아니다. 사용하는 언어, 국가, 인종, 종교, 전공, 학력, 성별, 나이, 취미, 외모, 성격, 나아가 좋아하는 스포츠나 드라마, 영화도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다른 것’을 ‘틀린 것’ 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의사소통을 단절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그럴 때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상반된 사람들을 바라보면 오히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려면 먼저 나 자신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인간 내면의 심리를 이해하는 방법을 공부해서 그 결과를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욕심을 내게 된 것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심리학의 ‘심(心)’자도 모르던 사람이 ‘심리’라는 주제를 다루게 되었으니 얼마나 좌충우돌했을지 여러분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오랜 과정은 단순하지면 명확한 진실 하나를 확신하게 해주었다. 바로 ‘사람은 언제나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단순명료하면서도 진실인 명제였다. 우리는 이 명제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마음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할 20대 청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싫어하는 부류와도 어울려 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도 겪어봐야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포용성과 융통성이야말로 20대들이 갖춰야 할 능력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대, 나와 통하였는가. 그렇다면 오늘 점심 메뉴로 간자장에 계란 프라이를 추천해보고 싶다. 그리고 부디, 주방장과 다투지는 마시길^^


심리학, 내 편이 되어 줄래?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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