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빌 바우어만과 필 나이트가 동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오레곤 주립대학에서 운동선수와 코치로 만났다. 둘 다 운동을 좋아했기에 스포츠용품 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회사 이름은 블루리본스포츠였다.

설립 당시 작고 이름 없는 그들 회사에 관심을 갖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미국 스포츠 산업이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아직 스포츠용품 사업은 수익성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운동선수들도 기능성을 까다롭게 따지기보다 그저 유명하고 규모 있는 업체 제품을 사용했다. 그때까지 블루리본스포츠라는 이름 없는 업체가 훗날 스포츠용품의 신화를 탄생시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회사가 바로 전 세계 스포츠용품 업계의 최강자인 ‘나이키’다.

빌 바우어만과 필 나이트는 창업 초부터 직원들의 노동효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직원들에게 높은 노동효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들만 남고, 나태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2주도 못 버티고 퇴사했다. 그 때문에 빌 바우어만과 필 나이트는 자의든 타의든 사직한 직원들에게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의 노동효율을 중시한 경영방식 덕분에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1972년 블루리본스포츠는 어느 정도 유명한 회사로 성장해 있었다. 우수한 품질과 인체 운동 원리를 적용한 기능적 설계로 소비자들이 점점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해 그들은 회사 이름을 ‘나이키’로 바꿨다.

1978년 나이키인터내셔널이 정식으로 설립되고 회사 제품들이 호주, 캐나다, 남미, 유럽 등으로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다. 영세한 규모로 시작한 스포츠용품 회사는 어느새 대형 다국적기업으로 커갔다. 게다가 미국 스포츠용품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 리그인 MLB(프로야구리그), NFL(미식축구리그), NBA(프로농구리그), NHL(아이스하키리그)이 출범한 후 수많은 팬이 생겼다.

하지만 당시 미국 스포츠용품 업계는 아디다스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었다. 1920년에 설립된 아디다스는 기술이나 기업경영면에서 나이키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빌 바우어만과 필 나이트는 언젠가 자신들도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 나이키의 노동효율이 아디다스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1984년 마침내 나이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나이키의 기적은 한 흑인 젊은이 손에서 탄생했다. 그가 바로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그해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에게 매우 다른 의미를 가졌다. 나이키에게 ‘행운’이었고, 마이클 조던에게는 ‘일시적 불행’이었다. 대학 시절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코트를 종횡무진한 마이클 조던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3위의 부진한 성적으로 NBA에 입성했다. 이 때문에 조던은 아디다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아디다스 농구화를 신고 코트에 서려던 그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 ‘황제’가 될 조던의 가치를 아디다스가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달랐다.

나이키는 대학농구리그 MVP이자 그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미국 남자농구팀의 금메달 획득에 공헌한 조던이 농구계 스타로 떠오를 것임을 직감했다. 나이키는 그와 광고모델 계약을 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당시 NBA 스타 가운에 광고모델료가 가장 비싼 카림 압둘 자바의 모델료가 한 해 10만 달러였고, 코트의 마술사로 불리는 매직 존슨은 7만 달러였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에게 무려 25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농구는 물론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높은 광고모델료였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운동화까지 특별히 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이클 조던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조던은 나이키보다 아디다스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던이 좋아하는 아디다스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디다스는 NBA의 또 다른 스타이자 마이클 조던의 라이벌인 패트릭 유잉을 택했다. 마이클 조던은 어쩔 수 없이 부친의 충고를 받아들여 나이키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후에 일어난 모든 일은 지금까지도 농구 마니아들 사이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마이클 조던은 놀라운 성적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제치고 농구화 시장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나이키 역시 브랜드 가치와 성공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마이클 조던에게 눈부신 후광을 선사했다.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결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며 양쪽 모두에게 큰 행운을 주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나이키의 성공이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스포츠 스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나이키의 성공이 스포츠 스타를 기용한 전략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들보다 회사 효율성을 높여준 직원들을 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율성이 높은 노동이야말로 나이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 낭비를 이익으로 변화시키는 ’디테일 경영’(왕중추 지음 허유영 옮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