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안개 가득하고 스산한 느낌만큼이나 영화를 보는 내내 분함과 흥분의 도가니로 나를 몰아넣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타협과 외면. 어린 아이들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아픔에 대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기력함과 분함을 함께 느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의란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것에 큰 회의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말의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정의에 대해 꼭 한 번쯤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영화에서 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남짓 관객들은 정말 숨죽어 영화에 몰입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분노와 감탄사. 그런데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한 크기의 폭력과 기만이 자행되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슬픔과 아픔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를 보며 함께 흥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로서 두 어 시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남짓 동안 많은 분노와 억울함을 함께 공유할 것이다. 그래서 더 불편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약자니까 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도 똑같은 인격체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충분한 존재의 이유는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