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천운영

 

  나는 누드를 찍는 사진작가이다. 그에겐 아내가 있다. 아내는 오래전에 자신에게 사진을 찍으러 오던 여자이다. 멍이든 사진을 선명하게 찍어달라고 했고, 후 그녀는 그것으로 돈을 얻고, 그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고, 그와 잠자리를 하고, 그 둘은 결혼 한다.

   그러나 이제 그들에겐 사랑은 없다. 매번 누드를 보는 ‘나’지만 그는 렌즈로만 욕망을 느끼고, 아내의 나체를 보아도 감흥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소년 에게 싸움을 하게 된다. 피해 받은 나는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지만 막상 경찰 소에서 야윈 소년과 소년의 늙은 노파를 보고 마음을 바꾸고, 소년에게 자신의 사진관으로 와 일을 하고 월급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월급은 노파와 자신에게만 줄 것이라 한다. 소년은 하겠다고 한다.

  그 뒤 둘은 아주 절친한 관계가 된다. 그러나 그는 매번 자신과 다르게 젊고 싱싱한 소년을 바라볼 때마다 시기하고 질투하게 된다. 그리고 아내와 소년과 만나게 되자, 그는 매번 그 모습을 보며 아내와 소년이 관계를 가지게 되겠지 하고, 열등감과 모든 상념에 빠지게 된다.

후 아내가 이혼을 하자고 그에게 말한다. 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집을 요구한다. 그리고 작업실만은 주겠다고 한다. 그는 그 역겨움에 벅차고 나온다. 사진관 에가니 소년이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그만 소년이 아내하고 있는 줄 알고 착각해 당황해 한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년의 앞에 있는 것은 아내가 아니라 노파임을 알게 된다. 그 늙은 줄만 알았던 노파의 몸에서 젊음과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 모습에 감명 받고 왠지 모른 부끄러움에 휩싸인 그는 밖을 나온다. 소년은 그에게 달려가 사과를 한다. 그는 그 소년을 안아주며 소년 탓이 아니라고 다독인다. 소년은 신이 나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한다. 노파와 같이 사람들이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자고 말이다. 뚱뚱한 사람. 노파와 같이 늙은 할아버지 모두 다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찍을 수 있게 말이다.

  작품 속에서 그는 매번 자존감이 낮은 모습이다.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아내가 시시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충성을 다하고, 자식같이 좋아해주는 소년, 그는 소년을 좋아하면서도, 그의 젊음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가 있다고 의심한다. 그는 자기애에 대한 믿음이 낫기에 상대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노파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늙음도 절대 추한 것이 아니라 온전하고 생성된 모습일 수 있다고, 소년에게 배우게 된다. 그리고 소년은 그에게 비로소 둘도 없는 자식과 같은 존재가 된다.

  소설에서 소년은 ‘나’가 부러워하였듯이 참 매력적이다. 사진에 열정이 강하고 늘 활기차고, 자신의 노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마지막 문단에서 소년이 했던 말들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소년이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보지도 못했던 소년의 모습이 말이다.

또한 노파의 모습도 천운영이 나타내는 묘사 속에서 세세하게 드러났다. 소멸과 생존이 공존하는 그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와닿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