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창비74)

안도현 시인의 초기 작품들... 처음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를 읽고 알게된 시집...
그러나 낯섬... 80년대를 살아간 그들의 아픔... 그리고 시대... 그래서 낯선 것일지도...
그리운 여우를 읽으며 감상에 젖었던 ,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집을 읽으면 그만의 서정에 매료 되었던 독자라면...낯섬에 잠시...
그렇지만... 안도현의 시이기에 이렇게 몇 작품을 남겨본다. 

   첫사랑

   첫사랑은 싱싱한 피비린내가 묻은 몸으로 
   새벽에 올 것이다

  추운 밤이 길어서 더욱 가난한 이이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 슬퍼하는 이에게

  동틀 때 하늘이 몸을 풀 듯
  첫사랑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올 것이다

  왔다면 왔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문득 한식구가 되어 밥을 먹을 것이다

  첫사랑은 지금
  혼자 우는 숨죽인 모든 소리 속에 있다

서정적인 아름다움보다 현실의 아픔이 더 느껴지는 시... 그래서 더욱 낯설어 보이는 시...그래서 힘겹게 읽혀지는 시...그렇지만...

   운동장

   교실에 고여 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서 온다
   살아 돌아온다 아이들이
   콸콸 물꼬 터진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햇볕도 벅차게 좋은 날
   어느새 지느러미와 꼬리를 꺼내 달고
   헤엄치며 물고기가 된 아이들이
   강물이 펄떡펄떡 쉼쉬는 소리 들으며
   나는 가슴이 뛴다
   죄 많은 수업 시간 생각난다
   저 아름다운 폭도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다
   떼지어 몰려와 내 몸에도 반짝이는 비늘을 입혀주고 
   같이 헤엄치자고
   먼 바다에도 한번 데려가 달라고
   이 세상에 해방이 어디 따로 없음을 알겠다
   너희 달음박질 너희 곤두박질 너희 몸부림이
   엉키고 뒹굴고 때려주고 매맞는
   그리하여 끝까지 싱싱한 해방임을 알겠다

언제나 무거운 책가방에 매달린 채... 학원으로 향하는 우리네의 아이들...
그네들에게 쥐어진 희망은 무엇일까...라는 우문을 던지며... 이렇게 한 편의 시를 더해본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행복은 있다. 암기식...주입식...교육이라는 매번 반복적인 교육만을 흉잡지만...우린 그렇게 살아왔고...그네들도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학원으로 가는 아이들...그들이 힘겨운 건...무엇이 그들에게 진정한 삶인가... 10시에 학교를 보내고...2시에 하교를 시키는 것이 올바른 교육인가...창의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매번 교육이 문제라고 한다. 우습다...우린 그런 문제있는 교육을 받은 세대... 그럼 우린 문제있는 사람들!?... 제발... 똑 같은 말보다... 아이들을 위한 진정성있는 교육을 생각해...보길...바라는 마음에... 다시 시를 읽어본다....

언제나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져보길 바라며...

안도현,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