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신야는 이 책이 그동안 써왔던 그의 다른 책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그에 대한 내 첫인상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따뜻함으로 뭉친 나이 지긋한 노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내겐 따뜻한 할아버지?!로 다가온 후지와라 신야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이 책과 어떻게 다를까...^^

이 책에 담긴 열네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읽고나면 내마음 한구석에 뭔지모를 긴 여운을 남긴다. 까닭을 알 수 없는...

내용에 어떤 극적은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글솜씨로 꾸미지도 않았고, 그저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나가듯 한 그의 글임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잔잔하게 움직이는 매력이 있다.

그의 이야기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어떤 힘과 위로를 얻는 기분도 들었다. 난 논리적이거나 분석적인 거랑은 거리가 멀기에, 이런 나의 기분이 어디서 오는지, 왜 오는지 생각해볼 생각은 없다.

그저 이 느낌을 오래오래 더 느끼고 싶을 뿐이다.

 

---------------기억에 남는 글---------------

 

표현하는 일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잖은 오만이다.

누구든 자기 그릇에 맞추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13쪽)

 

"죽음이 다가오려고 할 때, 인간은 다른 사람의 언어로, 혹은 스스로의 생각으로 이 세상의 미련을 하나하나 떼어냄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겨. 날붙이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생명을 마감할 수 있다고 나는 믿어."(91쪽)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날들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결국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호흡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것은 단지 피곤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기에

'기록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없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156쪽)

 

"사람의 인생이란, 어른이 됐다고 해서 그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그때와 조금도 바뀌지 않았는지도 몰라요."(163쪽)

 

점쟁이는 손금을 봐주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손금을 봐서 먹고사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자기 손금에 신경을 쓰는 있는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란 그만큼 걱정거리를 안게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손금에 연연해하는 것을 졸업해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라고.

살아갈 용기가 생길 거라고.(200쪽)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는,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 중(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