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은 아니다. 읽는 동안 기분이 정말 별로였고 재밌어서가 아니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서두르듯 읽어갔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이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지 나는 좀 이해가 안됐다. 뭐...취향은 다르니깐...... 이 책을 읽는동안 사람의 마음 속, 아니 나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 아주 추악하고 더러워 꼴도보기 싫은 면을 억지로 봐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읽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밝고 긍정적인 것만 보고싶은 내 욕심과 어긋나니깐... 

요근래 거울 앞에 나를 바라볼 때 '싱그러움'라고는 요만큼도 찾아볼 수 없음을 느껴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 나이듦에 대해서 반감을 느낀다고 해야하나... (무조건적인 반감...) 언젠간 시들어 말라 비틀어진 꽃처럼 되겠지 싶어 우울할 때도 있다. 그런 와중에 접한 이 책은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요즘 두바이 날씨는 왠종일 회색빛이다. 겹겹으로 우울함이 쌓이는 듯하다...

일흔 나이에 십대의 싱그러운 아이를 탐하는 늙은 시인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난 일흔의 나이도 아니고 짐승같은 남자도 아니고 연하를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지만, 이 이해되는 느낌은 어디에서 온 걸까... ... ...마음은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데, 겉모습과 나이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짐에 대해 요즘 불평 중이었는데, 이 책안에서 저 늙은 시인이 내 대신 불평을 하고 있어서 일까? 그래서 다 이해하고 싶어진 걸까??

암튼 싫다면서 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특히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갑자기 어떤 동질감을 느꼈기에...^^; "밤에만 쓴 소설이니 독자들도 밤에만 읽기를 바란다" ㅋㅋ 밤에 편지를 쓰게되면 상당히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어, 쓰고 나서 다시 읽게되면 손발이 오그라들때가 있었다. 그래도 그때껏 쓴 게 아까워 편지를 부치면서 항상 추신란에 썼던 말과 비슷했다.'밤에 쓴 글이라 좀 유치하지만 그냥 보낼께.너도 밤에 읽어~^^'

박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