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경숙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글---------------

 

봄날 새싹들처럼 정신없이 솟아나는 이 기억들을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겄네. 잊혀진 온갖 것들이 다 몰려오네.

 

갑자기 솓아져내린 빗방울에 돌돌돌 말리던 흙방울들.

 

이젠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모두 여기에  스며들어 있다는데, 느끼지 못할 뿐 옛날 일은 지금 일과, 지금 일은 앞의 일과, 또 거꾸로 앞의 일은 옛날 일과 다 섞여 있다는데 이제 이어갈 수 없네.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신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