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캐릭터 가이드>를 미리 읽은 바람에 <타노스 라이징>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의 흥이 깨진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다른 책의 출판사 서평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친 스포일러가 포함된 것은 아닌가 싶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와 맞먹는 핵심 내용을 이렇게 까버리다니 출판사의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아무튼 <타노스 라이징>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타노스 캐릭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건틀렛'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타노스 라이징>은 그만의 단독 스토리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크로스오버로 여러 히어로들이 총출동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우리에게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고,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과 잘 녹아드는 편도 아니지만 영화 제작 소식 때문인지 눈여겨보게 된다.

 

<인피니티 건틀렛>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옮긴이의 주석을 따로 모아놨다는 점이다. 세미콜론의 <배트맨 : 망토 두른 십자군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에서도 상당 분량의 상세한 주석을 별책으로 끼워준 적이 있었는데, 작품 자체의 흐름과 큰 상관은 없었지만 시리즈를 소장하는 입장에서는 설명충스러운 주석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애니북스의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에서도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마작 용어를 쪽지 한장에 따로 정리해서 끼워놓곤 했는데 드디어 시공사에서도 그런 방법을 도입한 모양이다. 이규원 역자의 상세한 주석이 처음엔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지만, 다른 번역자들의 그래픽노블을 볼수록 아예 상황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믿고 보는 이름이 됐다. 칸과 칸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채워졌던 주석을 이제 페이지의 제약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인피니티한 지식을 뽐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