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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발리의 유명한 주술사로부터 곧 돈과 사랑을 모두 잃게 되지만 다시 되찾게 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예언을 듣는다. 예언 탓이었을까, 평생을 계획대로 쉬지도 않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아온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권태로운 결혼 생활과 열정 상실을 실감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난다. 이탈리아에서는 살찌는 걱정 없이 실컷 먹고, 인도에서는 믿지도 않던 신에게 기도와 명상을 하고, 마지막으로 발리의 주술사를 다시 찾아 삶의 균형을 찾으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주술사를 멘토 삼아 발리에 머물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던 중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지만, 자신의 세계로 들어와 주기 바라는 남자의 요구에 혼란을 느끼며 도망치고 만다. 남자친구와는 잘 지내고 있냐는 주술사에게 리즈는 균형을 유지할 수 없어 관계를 깨트려버렸다고 털어놓는다. 그러자 주술사가 그녀에게 말한다.

균형을 잃는 것도 균형 잡힌 것이라는 말이 꼭 '문 닫고 나가라'라는 말처럼 앞뒤가 안 맞아 보이긴 하지만, 균형이라는 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른 것을 보지 못했던 그녀에겐 꼭 필요한 가르침이었던 것 같다. <인디언의 말타기>에서도 행복한 성공을 위해 천천히 빨리 가라고 말한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씩 말을 세우고 걸음이 느린 영혼이 쫓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디언의 습관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발상의 전환, 배려를 통한 상대방과의 균형, 경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챙김 등을 조언해주는 책이다.

한쪽으로 고정된 시선은 수많은 다른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남들 다 아는 것, 남들 모두 목표로 삼는 것을 쳐다보고 열심히 달려봐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기란 힘든 일이다. 차라리 역발상적인 접근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매력적이지 않은 영역을 살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갈수록 전자 제품의 기능이 복잡해지는 요즘, 오히려 기능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 또 최근 일본에서는 고가의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는 바람에 버려지는 자전거가 덩달아 많아지자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수리해서 재판매하는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이처럼 성공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기회를 살필 필요가 있다.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기업들이 외면해왔던 고객들을 끌어안는 것도 시장을 넓히는 방법이다.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의 성공 사례에 얽매여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는 위험하다. 복사기 업체로 성공한 기업 제록스는 혁신적인 기술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복사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한 바람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며 쇠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 대신 그렇게 버려진 기술들은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성공 기업들의 토대가 됐다고 한다.

다른 기업들이 하드웨어 아니면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동안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서 성공을 거뒀다. 공급자와 사용자가 확실히 구분되던 예전과 달리, 그 경계를 허물어 서로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수수료를 취하는, 손 안대고 코푸는 사업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시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경쟁 관계에서 상호보완 관계로 발전시키고,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성공과 실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도 있는 것처럼 이분법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움직이는 블록 장난감 마인드스톰의 운영체제가 해킹당하자 레고 측은 아예 소스코드를 공개해버림으로써 관심 있는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었고, 운영체제의 완성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제는 전문지식의 경계가 흐려져 해당 분야와 관계 없는 사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다.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부여만 해준다면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중요하다. 전자책이 처음 나왔을 때 출판업자들은 겉으로는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까봐 실패를 은근히 바랐다. 하지만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을 찾은 지금은 경쟁 관계에서 우호적인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이익을 나눌수록 이익이 더 커진 경우다.

대부분의 구매활동은 소비자의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 습관적으로 1위 업체의 제품만 구매하는 경향 때문에 먼저 자리잡은 기업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을 바꿔버림으로써 1위 자리를 빼앗은 사례도 있다. 맥주의 선택 기준을 보리에서 물로 바꾼 하이트, 커피의 선택 기준을 맛에서 건강으로 바꾼 남양유업, 우유의 선택 기준을 신선도에서 영양소로 바꾼 파스퇴르가 그런 기업들이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한 뒤 유료의 고급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전략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역발상 전략이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합리적인 소비를 가로막는 데 사용된다면 문제가 된다.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키우고, 프린터는 싸게 판 뒤 잉크 카트리지는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비용을 줄여 효율성만 높이려 하면서 안전수칙이나 직원 복지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고객님을 호갱님으로 보고,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배려하고, 경영자가 조직구성원을 존중할 때 충성도는 높아지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소비자는 이왕 같은 품질, 같은 가격이라면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장애인과 노인 고용, 공정무역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당연히 선호하게 된다. 그동안 성장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시선을 돌려 사회적 약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현대인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일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뻔한 생각에 에너지만 소모하기보다는 인디언의 말타기처럼 잠시 멈춰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성공에 대한 관점이 옳았는지, 일에만 매달려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빨리 가는 지혜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