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는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나는 진실을 말하고, 너는 꾸며낸 이야기로 속이려 한다.
 

거짓말의 일반적인 정의는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그릇된 말이다. 잘못된 사실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듣는 사람이 사실이 아님을 안다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거짓말에 대해 불편함을 갖고 있지만 속이는 게 직업인 마술사의 창의성과 지능에 감탄하며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속임(deception-오해하게끔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수반)과 거짓말(lie-말로 하는 형태의 속임수)은 차이가 있다. 이 책은 거짓말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속임에 관한 책이다. 또 어떻게 보면 관점의 차이를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위험에 처하면 악취를 풍기고 죽은 시늉을 하는 동물과 꿀이 없는 대신 암컷을 흉내내 말벌을 유인하는 식물은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속임수를 쓴다. 인간은 언어습득 이전부터 속이는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들이 성인들의 압도적인 신체적, 사회적 힘에 대항하는 마지막 방어수단으로 거짓말 습관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을 잘할수록 뇌가 더 크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고도의 인지적, 감정적, 사회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최고의 거짓말쟁이들은 매력적이고, 단호하며, 대화 상대보다 서너 수 앞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거짓말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그것을 역이용할 줄 안다. '잘 믿는 사람'과 '의심 많은 사람' 중 누가 거짓말 하는 사람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을까? 의심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인간관계가 좁고 다른 사람을 상대한 경험이 적어서 의도와 동기를 읽어내는 경험이 부족하다. 거짓말 탐지기는 몸이 진실을 말해줄 거라는 가정 하에 탄생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법정 증거로서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점은 전적으로 믿을 만한 거짓말의 생리학적 신호가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발명했던 사람 중 한명이 DC코믹스 이사회의 일원이 되어 진실을 말하게 하는 금빛 올가미를 던지는 원더우먼을 만들어냈다는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기억은 왜곡된다. 기억에 공백이 있으면 우리는 금방 새로운 것들을 지어낸다. 기억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재생이라기보다는 창조적인 재구성 행위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것은 재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뒤섞이고 우리 자신의 불안, 욕망, 상상에 의해 형성된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 기억이 명료해지고 흐릿했던 세부사항들이 분명해지기도 한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답도 달라진다. 그리고 가짜 기억을 지어내게도 만든다. 눈이 인식하는 것과 우리가 보는 것은 다르다. 눈에서 뇌까지의 신경섬유를 거쳐야 하기에 시차가 존재한다. 뇌는 양 시야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합쳐서 눈의 맹점을 대신 채워준다. '소망적 보기'는 바라는 어떤 것이 실제보다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그것에 도달하려고 노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지부조화'는 기억을 행동에 들어맞게끔 조작한다. 상반된 생각이 충돌할 때 두 가지 서로 다른 것의 부조리함을 즉각 없애기 위해 우리의 행동이나 믿음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강력한 암시를 스스로에게 준다. 우리가 틀리다는 사실에 직면하면 이유를 만들고, 다른 사람 탓을 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고 한다. 사이비 종교의 예언이 틀려도 믿음은 더 강해질 뿐이다. 인간은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능력 있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행동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자기기만'이다. 자신의 행동과 실제 이미지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속이는 능력이 없으면 도전에 응하거나 맞서기를 꺼려하는 더 슬프고, 더 기운 없고, 덜 역동적인 생물이 될 것이다. 현실의 가혹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기만이 필요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조지 버나드 쇼

가짜 치료법으로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플라시보(placebo)효과는 괜찮아질 거라고 속이는 능력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함을 증명한다. 사각형의 시리얼을 45도 돌려 다이아몬드 시리얼로 새롭게 보이면 사람들은 그 속임에 돈을 지불한다. 부패하는 냄새라도 치즈의 냄새는 식욕을 돋운다. 같은 포도주라도 비싼 가격이 적혀 있을 때 더 맛있다고 말한다.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속임은 우리의 삶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거짓말쟁이'냐 '착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냐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