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3: 최후의 전쟁>에 잠깐 나왔던 벽을 통과하는 소녀 키티 프라이드가 모든 에피소드에 걸쳐 활약하는 책이다. 영재학교에서 가장 어린 유대인 소녀가 아직 엑스맨들에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겉돌지만 미래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는 훈련을 방해하고 나이트크롤러를 볼 때마다 혐오감을 느끼지만 마지막엔 혼자 힘으로 괴물을 물리친다.

 

1980년 작품이라 살짝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캐릭터가 자신의 지난 과거를 누군가한테 설명하듯 읊조리는 대사는 설명충스럽다. 짐 리의 <엑스맨: 뮤턴트 제네시스>보다 컷구성이 단순해서 시선이 어지럽진 않지만, 사소한 것까지 대사로 처리하는 엄청난 말칸은 왜 미국 만화를 '그래픽노블'이라고 부르는지 실감하게 만든다.

 

 

첫화는 피닉스 사가에서 우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진 그레이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사이클롭스의 회상을 통해 지난 줄거리들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그리고는 휴식을 위해 엑스맨을 떠나는 사이클롭스. 그의 뒤를 이어 스톰이 리더를 맡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나이트크롤러가 자신의 생일날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상태가 되면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화가 나올 때쯤 정발되겠지만 그의 활약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이야기다. 나이트크롤러를 구하기 위해 가짜 지옥을 통과하는 엑스맨의 활약을 통해 나이트크롤러의 과거가 밝혀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울버린이 캐나다 비밀경호국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옛친구를 찾아갔다가 식인 괴물 웬디고와 싸우는 이야기. 그리고 제목이기도 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지나간 미래의 날들)에서는 켈리 상원 의원이 암살당하면서 억압당하기 시작한 뮤턴트들이 그의 암살을 막기 위해 2013년 미래에서 25년 전으로 키티 프라이드의 정신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그게 2년 전에 지난 시점에 읽게 되다니!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78년에 나온 영화 에일리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무려 35년 전 작품이기 때문에 미리 감안해서 보는 게 실망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