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산행에세이]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에세이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가치관이 검열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의 신념이 나의 신념에게 '너의 신념은 제대로 된 것이니?'라고 묻는 것 같다. 그리고 대게 에세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질투가 난다. '나도 보통 부모 만나서 제대로 자랐으면 당신보다 더 잘날 수 있었다구'라고 핑계거리를 만들기 급급하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고나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여서 싫다. 한땐 여행에세이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대리만족이라는 걸 느낀 후로는 멀리하고 있다. 내가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하니까 에세이를 읽으며 대리만족 하려는 것 같았다. '나도 여행같은거 할 줄 아는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나를 못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책은 부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산행 에세이'라는 글자가 나를 끌어당겼다. 산 오르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게 '산행'은 낯설기만 한 글자였다. 내려와야 할 산을 왜 올라가는 지 그 이유를 몰랐기에 산은 그저 멀기만 한 대상이었다. 내가 갈 일도, 가야할 이유도 없는 곳이 바로 산이었다. 산행을 하면 무엇을 느낄 수 있기에 치유가 된다는 것일까? 궁금했다. 산행을 즐기지 않는 나는 산행과 치유의 관계가 궁금했다.

내가 아는 등산의 지식은 TV 인기프로 '1박 2일'에서 지리산 종주를 보여준 걸 본 게 전부다. 그 이상의 지식은 없었다. 그저 산이라는 곳은 오르기 힘들고 위함하다는 것. 하지만 오르가 나면 기쁘고 행복한 것. 이것이 전부였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산행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이라는 것을.

산을 오를땐 아무말이 없다고 한다. 그저 땅만 보고 내 발만 보고 다리를 움직인다고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목표지점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그녀도 처음엔 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총 39차를 진행해야 하는 종주 중반이 넘어가면서 여유가 생긴 것을 볼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런 여유로움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고 그 생각들을 글로 적었다. 그 글 속에서는 삶의 돌아봄이 있었다. 인생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이라는 걸 그녀의 글을 보며 깨달았다.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단할 텐데 산을 오르는 그녀를 보며 의지가 체력보다 강하다는 것도 배웠다.

산에 대한 얘기 반, 삶에 대한 얘기 반으로 이루어져있는 책이다. 삶을 산과 연결하고 산을 삻과 연결했다. 그리고 시도 곳곳에 넣었다. 산과 시가 이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나타난 시는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책읽기가 반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어떤 시가 소개될지 설레에기까지 했다. 한동안 시를 떠나서 현실에 처박혀 살던 내게 되돌아온 시는 나의 감성을 깨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녀와 함께 산을 타고 있다는 느낌, 그녀가 나란히 걸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작년엔 북한산 둘레길을 조금 다녀봤다. 여행이라는 것이 예전과 달리 누구나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가파른 경사길도 있었고 깨끗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도 있었고 평지도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둘레기를 오르고 걷고 하는 동안 지리산 종주라는 것도 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었다. 언젠가는 한 번도전해보고 싶은 게 종주일 것이다. 산행은 많이 아프고 지친 나를 치유해 줄 수 있겠지? 그리고 백두대간 종주라는 것에도 도전하고 싶어졌다. 나약하고 약골인 나 지만 용기를 내봐야 겠다.

#naha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