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청소년소설] 개님전 / 박상률

이 책은 사람보다 나은 진도개의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도 '님'자를 붙여 [개님전]이다. 사람보다 난 진도개 황구와 주인 황씨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책 뒤에 실린 평론에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의 장르에 대하여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책 표지에 '청소년 문학'이라고 적혀 있으니까 청소년 문학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개님전]엔 청소년이 나오질 않는다. 진도개 네 마리와 할어버지가 나온다. 청소년 문학의 주인공이 꼭 청소년이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그래도 어느정도 청소년과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개님전]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 약간은 혼란스럽다. 한 번 더 읽어보며 찾아봐야 겠다.

"살아 있는 한 밥갑 허믄서 살믄 그만이여" (94쪽)

이야기의 시작은 도시로 떠난 황구의 딸 누렁이가 어미에게 돌아와 잠이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음 장면 부터는 과거로 돌아가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황구가 새끼를 낳고 키우는 날들이 전개된다. 황구는 두 딸 누렁이와 노랑이에게 밥값 하는 방법들을 가르친다. 쥐를 잡는 방법과 노루를 잡는 방법 등을 가르치며 밥값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진도개의 운명이라고 교육한다. 소설 내내 '밥값'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아마도 이 '밥값'이 소설의 주제인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밥값을 하려면 청소년기에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게 주제가 아닐까 생각 해본다. 이것이 주제라면 청소년소설임에는 틀림없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기는 밥값 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나은 개'는 어떤 의미일지 여러가지로 생각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개 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 힌트가 아닐까?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교육적인 내용을 인위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박상률작가는 인정받는 작가인 것 같다. '사람보다 나은 개', '개 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표현만으로 그는 청소년들에게 할 말을 다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황구가 두 딸과 함께 불을 끄는 장면이다. 황씨 할아버지가 정신을 놓고 잠이 들었을 때 피던 담뱃불 때문에 옷에 불이 붙었다. 불은점점 커졌고 주위의 풀에 옮겨붙었다. 할아버지를 깨우려 했지만 할아버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 황구는 두 딸과 함께 몸에 물을 뭍혀서 불을 껐다. 정말 사람보다 나은 개다. 자신의 주인을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희생을 하는 진도개의 모습을 보며 '은혜는 갚아야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렸다'라는 어말어미다. 얇은 책인데도 '렸다'때문에 책읽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설은 흐름을 타고 쭉 읽어야 하는데 '렷다'가 나올 때 마다 흐름이 끊겨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없다. 예전에 읽은 [방자 왈왈]도 마찬가지다. 읽기에 불편한 '렷다'를 왜 계속 사용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책이 쉽게 읽히게 앞으로는 안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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