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달콤해 주저 없이 집어든 ‘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 인맥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돌이켜보면 중요하다는 것과 필요하다고 깨닫기 시작하는 때가 30살 전후가 아닌가 싶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은 평생을 이어가도 끝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이 절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며칠 동안 들고 다니면서 제목을 여러 번 보다 보니 위에 자그마한 ‘혼자 힘으론 안 된다고 느낄 때’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세상 일 혼자 이뤄낸 것, 혼자 할 수 있는 것 별로 많지 않다. 인간사 외로운 길이라고 하지만 어떤 일을 함께 만들어가며 생기는 유대감과 끈끈함은 더 기억에 남고 오래 간다.

나를 돌아본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최근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걸어온 모든 중요한 순간에는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매일 봐야 하는 직장 동료들, 일로 만나 업무를 돕는 업체 담당자들, 진심으로 모든 것을 나눠주는 선배들, 언제고 전화하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 이 모두가 나를 만들어 왔다.

이 책의 저자 김기남은 ‘인맥이란 일 속에서 만난 사람을 친구처럼 대하고, 생활 속에서 인연이 닿은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새삼 와 닿는 이야기다. 일의 영역과 개인적인 영역에 대한 부분에 구분은 있어야겠지만 일을 하면서도 유독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동료 또는 선배로서 이야기해주는 그들과 때로는 일 문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그 어떤 친구들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고,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는 하나하나가 삶을 더 매끄럽게 해 준다. 책 내용처럼 이런 만남의 전부가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의) 내 인맥은 아니겠지만 내가 그들의 인맥이 되려는 노력 없이는 관계가 이뤄지기 어려울 게다.

마침 새삼스럽게도 이 이야기가 나온다. 알면서도 놓치고 있던 내용. 흔히 인맥은 ‘만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중요한 인맥이 ‘된다’라는 생각은 익숙지 않다. 대개 업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인맥이 나를 보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일, 내가 일하는 회사를 매개로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마련이다.

회사를 옮기면, 나 혹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썰물 빠지듯 멀어지는 사람들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늘 변하지 않는, 그리고 스스로 가치를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고개 끄덕이며 읽을 수 있게 된 걸 보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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