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저는 '팩션'류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푸코의 진자>나 <헤르메스의 기둥> 그리고 얼마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다빈치 코드>까지, 역사와 상상이 교묘히 섞여 만들어 내는 강렬한 흡입력에 매료되곤 합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굉장한 '물건'을 만났죠. 솔직히 처음에는 템플기사단이라던가, 초기기독교 문화 등의 소재는 이미 <다빈치 코드>에 등장했었고, 또 시간 여행 역시 최근에는 굉장히 흔한 이야기라, 유행에 맞춰 급조한 아류작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의심은 사라지고, 션과 테스를 따라 기독교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치는데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템플 기사단은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단행위로 사형당했다는 기록에 따라, 항상 음침한 곳에서 음모를 꾸미는 배후로 그려지던 템플기사단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오히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독교 진리를 추구하고 있죠. 비록 진리를 쫓아 2000년이 넘는 여행을 한 끝에, 자신이 그토록 신봉하던 기독교의 허상과 마주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이런 류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은, 서양인들 스스로가 기독교의 편협함을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유대교나 기독교,이슬람교가 서로를 부인하며 칼부림해 대고 있지만, 실은 세 종교 모두 하나의 뿌리 즉 아브라함에서 나와 하나의 하나님을 믿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겠죠. 그리고 나아가 <최후의 템플 기사단>은 그렇게 신봉하고 있는 종교 교리라는 것도 결국 초기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위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면, 과연 우리들의 아귀다툼의 원인은 무엇때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종교 그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단점이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생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이 신앙에 의지해서 매일 살아가고 있어요. 종교는 여전히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그들이 죄를 범했다 하더라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궁극적으로 신앙은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그 무언가를 제공합니다.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 죽음 너머에 있을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극복하도록 도와줍니다. 부활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수백만의 영혼은 그저 허공을 떠다닐 겁니다..."

 즉 어딘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게 종교라는 안식처는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런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템플기사단과 같은 존재도 긍정합니다. 다만 순수한 종교 교리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왜곡하는 인간들을 비판하려는 것입니다.

 

 <최후의 템플 기사단>의 리뷰를 쓰고보니, 상당히 무거운 책인것 같네요.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려니까, 종교적인 소재를 가지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딱딱한 내용처럼보입니다. 하지만,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촘촘히 얽혀들어가는 소름끼칠정도의 글솜씨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티격태격한 사랑놀음에, 이책이 종교 철학을 논하는 미스터리물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