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이다. - 톨스토이

 

러시아 최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의사 자격증을 딴 그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싸구려 잡지나 신문에 콩트와 유머 단편을 기고하는 정도였던 그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어네스트 허밍웨이 등의 작가들이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입니다.

 

이 책에서는 체호프의 단편 관리의 죽음, 공포, 베짱이, 드라마, 베로치카, 미녀,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 등의 10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닮은듯 다른 10편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우리들은 피식 웃을수 밖에 없습니다. 작품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조금씩 다를것입니다. 황당해서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 웃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는 <관리의 죽음>부터 한 사람의 어리석음에 웃지 않을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어쩌면 저리도 고지식하고 꽉 막혔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세상에 감출수 없는 세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 세가지는 가난, 사랑, 재채기입니다. 생리적인 현상이고 감출수 없는 재채기. 오페라 공연을 보던 중 재채기를 하게 된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브리잘로프 장군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닦으며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며 폐를 끼친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생각 때문인지 공연 중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의 귀에 대고 사과를 합니다. 이것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그를 찾아가 여러번의 사과를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장군의 눈빛은 사과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상대방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상황들을 이해합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상대방은 오히려 답답함을 느낍니다. 오히려 그의 사과가 부담스럽고 귀찮을 정도입니다. 사과를 받아죽지 않아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체르뱌코프.

 

개인적으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옵니다.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 그 답답함에 죽고 말다니. 한 사람의 어리석음이 죽음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죽음이라는 결말에 웃을수 있는 작품들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마저 웃음으로 풀어버리는 것이 체호프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합니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채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 죽었다. - 본문 12쪽

 

또 하나의 죽음을 맞아하는 작품은 <드라마>입니다. 파벨 바실리치를 찾아온 한 여인. 자신이 쓴 희곡을 평가받고 싶다며 바실리치 앞에서 작품을 읽어갑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듣거나 읽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그녀의 작품을 듣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발생합니다. 작품을 읽는 여인의 말은 그에게 소음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들이 소음을 들을때의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그는 기분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불쾌해집니다. 이 불쾌함은 결국 여인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파셀 바실리치는 오로지 자신의 글만을 사랑했다. 남의 글을 읽거나 듣게 될 때는 항상 대포 구멍이 자신의 면상을  직통으로 겨누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본문 82쪽

 

어찌보면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모든 사물이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가벼이 여긴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은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을때의 생각이지 않을까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서인지 처음 읽을때는 겉에 보이는 사건이나 인물들의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처음 읽고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있어 다시 한번 찬찬히 보면서 조금씩 체호프가 그린 인물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단순하게 웃어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가는 시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