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들을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후회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시간들입니다. 책을 읽는 시기가 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의 읽는 책의 의미는 다릅니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지금에 와서야 책읽기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참으로 부족한 사람입니다. 지금이라고도 열심히 읽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때 책을 가까이했다면 지금 읽는 책들은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합니다.

 

청소년기에 책과 그리 가깝지 않은 저였지만 수업시간에 읽어야하는 책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우리나라 단편을 조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읽었던 느낌과 지금 읽는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의미들을 하나씩 더 찾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만나면 그때의 추억도 함게 떠오르고 다른 사람이 아닌 지난 시간의 나와 비교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한국 베스트 단편소설>에는 아홉명의 작가의 열세 작품을 만날수 있습니다. 비록 작품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름만 들으면 아~~하고 말하게 되는 현진건, 나도향, 김유정, 계용묵, 이상, 김동인, 이효석, 최서해, 채만식 등의 작품을 만날수 있습니다.

 

 

창피하지만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예전에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으로 만났던 이야기들이 기억납니다. 내가 그리는 그림보다는 방송에서 보여준 영상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백치아다다의 모습도 메밀꽃이 피어있는 풍경도 B사감의 모습도 책을 읽으며 내가 떠올리기보다는 작품 속에서 만난 영상들이 만든 그림이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작품이 아닌 드라마로 만난 아쉬움이 있지만 그걸 보고 나서 책을 다시한번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아다다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속에서 '신혜수'라는 배우의 모습으로 만났기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단편소설들은 책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로도 자주 만났던 이야기들입니다.  

 

살짝 책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로 이야기가 흘러간듯한 느낌이지만 교과서 속에서 형식이나 의미들을 찾아가며 읽었던 작품들로 기억되지 않기에 지금까지 저에게는 추억도 함께 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아이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저희가 느껴던 재미는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작품에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공부로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온전하게 나만의 이야기로 만날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