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친구들과 우스개 소리로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운명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만난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어쩌냐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랑은 누구나 할수 있고 언제나 할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에게 있어 사랑은 조금 제한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성적인 사랑에 한해서는 더더욱.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매번 읽을때마다 당혹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게 뭐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서 매번 신간이 나올때마다 읽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용납할수 없는 이야기들. 이번 책은 당당(?)하게 볼온소설이라 말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요? 하지만 저에겐 그런 용기(?) 가 없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 책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불륜이라기 보다는 로맨스처럼 보이니...

 

밖에서 보는 우리들은 그들이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력도 가지고 있고 좋은 집에 살고 있는 히로시와 아내 미야코. 남자들이 원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미야코. 집안일뿐만 아니라 자신보다는 남편에 맞춰가며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가 없는 사람입니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어 보이는 이 부부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너무 완벽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서로에게 맞지 않는 사람들인데 몰랐던 것일까요?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적이 없는 미야코에게 존스가 나타납니다. 집안을 꾸미고 남편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하던 그녀가 이제는 존스를 만나 집이 아닌 집 밖에서 그와 만나 이야기를 하며 생기를 찾게 됩니다. 집에서의 자신이 하는 일에 느꼈던 행복과는다른 행복은 존스와 함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존슨씨와 함께 있으면, 하루하루가 새롭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색이 넘치고 소리가 넘치고 넘쳐나는 것, 모든 것이 변화하며 모든 순간이 유일무이하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 따위가 무섭도록 선명하고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 본문 104쪽

 

 

같은 책을 보더라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무엇이 옳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혼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조심스러운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미야코처럼 쉽게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존스와 미야코의 만남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일 것입니다. 용납할수 없는 일들도 그럴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합니다.

 

나, 세상 밖으로 나와버렸어. - 본문 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