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쉬운 거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거 같다. 보통 때 그렇게 사람들과 수다도 잘 떨고, 발표나 회의에서도 말 잘한다 자부하는 편인데 글쓰기 만큼은 그렇게 되질 않는다. 참 어렵다. 심지어 어떤 때는 머리를 쥐어짜는 고문과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누구는 솔직 담백하게만 쓰면 된다고 하는데, 자판에 손을 얻은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새가 하늘을 빠가 빠가하며 지나가는 만화의 장면만 떠오른다. 절간 마당에 바람이 휭하니 지나가는 그런 공허함만 생긴다. 한 문장 쓰기가 참 버거워 머리만 쥐어박는다. 대머리 될까 봐 그나마 맘 놓고 쥐어 박지도 못한다.  

 

이렇게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있지만, 어떻게 어떻게 몇 년 째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워낙 글 실력이 없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발전된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과거의 글과 비교해보면, 초기보다 오히려 글들이 마치 사막 마냥 삭막하고, 지루해졌다. 내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제대로 전달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 능력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최근 집어든 책이 기자 출신 작가 이남훈 저자의 '필력'이다. 단 두 글자지만 제목에서부터 단호함과 힘이 느껴지는데, 그만큼 이 책이 알려주는 글쓰기 잘하는 법도 그 포스가 강력하다.

 

우선 파트 1 필력을 죽이는 10가지 신화에서는 글쓰기에 잘못 알려진 속설들을 단칼에 도려내고 있다. 그 속설 중에 짧은 문장이 좋다, 무조건 많이 쓰라, 필사가 효과적이라는 것들은 나부터가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문제점들을 보니 오히려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비록 그 방법들이 장점이 있고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그걸 무조건 생각 없이 글쓰기의 십계명처럼 받아들여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파트에선 저자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성장할 수 있는 글쓰기 훈련법 8가지를 알려준다. '결론부터 내려놓고 시작하기'라는 방법도 간단하고 활용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자의 글쓰기 노하우 훔치기'는 일상을 기사화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전에 못 본 신선한 방법이라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는 저자가 말한 무예의 초식 정도였다. 실제 무도인을 평가할 내공은 파트3 고수들의 연금술 7가지에 담겨있다. 무협지에 나오는 비급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팩트, 취재, 통찰, 기획력, 4가지 요소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도 글로 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 주었고, 철학, 비평과 기호학, 해석을 통해 또 다른 시각과 낯설지만 우아한 문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준다. 다만 아직 내 수준이 초식도 버거운 입장이라 내공을 완벽히 이해하긴 좀 힘들었다.

 

이렇게 글쓰기 내공까지 쌓으면 이제 속세로 하산하여 자신의 무공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관문이 바로 출판이 될 것이다. 출판하기 위해선 편집자란 심사 고수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담겨 있는 것이 출판사와 편집자 이야기이다. 이 부분은 재미있게 보았으나 내가 아직 써 놓은 글도 없다 보니, 저자가 말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저 상상만 해봤다.  

 

'필력'은 이름처럼 힘이 있어 그 힘이 읽는 이에게도 전달되는 듯하다. 단순히 글쓰기 맛보기 정도로 끝내지 않고, 글쓰기의 초식과 내공을 저자에게 제대로 전수받아, 무림과 속세를 휘젓는 절대 고수, 아니 절대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소 나처럼 글쓰기에 벽을 만나거나 발전이 없다 느껴지는 분들에게 좋은 돌파구가 되어 줄 거 같다.

 

필력, 이남훈, 지음미디어, 글쓰기,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