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사카 코타로의 전격 대학 청춘물.
정도로 부제를 붙여봐도 될까요.
몇 작품을 제외하고 늘 그렇듯, 이 책의 배경도 센다이입니다.

정말 평범한 것만 같은 대학 신입생들의 대학 생활 이야기입니다.
다른 이사카 코타로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 밋밋할 수도 있는데
잔잔한 재미랄까, 감동이 녹아든 일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작가 본인도 자신을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대단한 작가라고 추켜세우기엔 부족하지 않은 작가임은
분명한데 뭔가.. 2% 부족한 면이 있긴 하지요.

그의 작품들에서 흥미로운 점은 흩어져있던 지그소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져서 마지막의 한 그림을 이룬다는 점인데요.
이 '사막'은 그런 면은 조금 부족합니다.
물론 조금의 추리적 요소(?)가 나오긴 합니다.

자신의 철학이 뚜렷한 니시지마.
일반적으로 인기 있을 타입도 아니고, 엉뚱한 녀석이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니시지마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력한다면 사막에도 눈이 내리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운 도도,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기타야마. 그는 뭐래도 좋은.. 흥미 따윈 없는 것 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능력이 있는 미나미.

이 네 명의 이름은 동서남북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마작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도리이의 집에서 함께 마작 멤버가 됩니다.
도리이는 부잣집 아들 같고, 여자 만나는 것 밖엔 머릿 속에 없는 것 같은
조금은 가볍지만 머리 나빠 보이진 않는 캐릭터.

이 다섯명의 얽히고 혹은 얽혀있지 않은 대학 이야기들.
보통 이사카 코타로 소설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어서
한 캐릭터라도 다른 작품에서 등장을 하는데
이 '사막'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도 동떨어진 '사막'
이라는 공간을 그려내고 싶었을까요.
('칠드런'의 가정재판소 얘기는 나옵니다만 같은 캐릭터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사막'은 사회를 의미합니다. 대학 졸업 후 나아가야, 살아가야할 사회.

각 캐릭터가 상징하는 인간상은 물론 있습니다.
기타야마는 모든 것에 관심없고 복잡해지는 것도 싫어해서
자칫 허무주의자로 비췰수도 있지만 그가 가장 앞날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기타야마는 그와 반대로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이 사막에서 이끌어지는 사상은 그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 스트러머가 부르는, 클래시의 가사에 이런 게 있는데요."    ...    "당신들은 지배당하고 있는가, 아니면 명령하고 있는가. 당신들은 전진하고 있는가,   아니면 후퇴하고 있는가. 이렇게 말했다고요. 그러한 질문에 대해서 우리들은 전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p. 37

 

 

사회에서 나는 지배당하거나 후퇴당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지만 무거운 소설은 아니예요.

이사카 코타로 소설의 특징인데 어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좀 기타야마 같은 느낌이죠.

내 생각은 확실하지만 아님 말고. 란 스타일이랄까요.

도도는 어떤 남자나 원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갖을 수 없는 아픔을 갖고 있고, 의외의 아르바이트로 빠지면서
이야기는 예상 밖으로 흘러갑니다. 결국 그런 결론이 될줄은 모두
상상하게 되지만요.

미나미는 전형적인 소심한 소녀 같은 여자아이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기다릴 줄 알고, 행동할 줄 아는 그런 강인함을 지닌 캐릭터

도리이는 정신없이 청춘에 매진하다가 고통 당하는 캐릭터지만
다시 일어서 발전하고자 합니다.

눈물도 나고 즐겁기도 한.. 그런 대학 생활.

 

누구나 돌아보게하고

혹은 아쉬워하게하고..

그런 대학생활을 그려냈습니다.

 

조금씩 변해가고 조금씩 사막에 대비하는 그런 대학생을..

 

무모하기도 하고

무모해서 더 즐겁기도 한,

역시 정치 비판은 멈추지 않습니다.

칠드런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관한 얘기라면

사막은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인간보다는 결국 '기적'을 실행하고자하는

초능력자가 소소하게 도와줌으로써 기적이 되는.. 그러나 그 기적을

행하는 초능력자는 초능력자같지도 않고 거대하거나 원대한 계획도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죽어라고 지구의 안위를, 평화를 바라는 니시지마는

잘되지 않기에 죽어라고 노력하는 노력파.

그에게 기적은 사랑밖엔 없었을지 모르지만 ㅎㅎ

이사카 코타로 답게 조금 잔인한 부분도 있고,
이거 유머라고 할 수 없을 피식피식 웃을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아~ 이사카 코타로의 청춘물은 이렇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청춘물이지만, '칠드런'과 함께 읽으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