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소원은 어른이 되는거였다. 어른이 되면 맛있는 자장면도 먹을 수 있고,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놀이공원도 매일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며, 지긋지긋한 학교생활도 그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어른의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멋진 신세계가 아니었다.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해야 하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해야 하며,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척 해야하는 게 어른의 세계였다. 이런 어른의 세계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차고 힘들어서 아직까지 어른이 되는 걸 포기했다. 아니 어른의 흉내를 내며 지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이 책의 좋은 글귀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늦어도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모두가 조급증에 걸린 것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보다 늦는다는 건 사회에서의 도태를 뜻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시험, 취직, 승진, 결혼, 성공 등 이들 중에서 하나만 늦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닦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늦어도 괜찮다’라는 말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성공보다 중요한 게 행복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책에 나오는 자기계발의 의미가 아닌 정말로 나의 행복을 바라는 그런 의미로 다가왔으니깐......

내 자신이 무언가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때 갑자기 편 책에서 나를 위로하고, 나의 어깨에 지운 짐들을 덜어내 준다면 이처럼 고마운 게 또 있을까? 어렸을 적 선생님께 당한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이번엔 선생님이 틀렸다고 당당히 말하는 나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져 있고, 대통령 아니면 거지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뒤로 하고 평범함 속에 살고 있는 너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져 있으며, 인생은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선물이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을 마음 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첫 번째로 좋은 것은 성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좋은 것은 실패하는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아직도 어른인 척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가면을 벗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슬프면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어른이 되었음 좋겠다. 어른이 된다는 게 힘들고 고된 여정이라는 건 누구나가 다 알지만, 그 힘든 여정을 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가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비관하며 산다는 건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생산적인 일을 하자. 실패해도 좋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이 우리에겐 실패를 방패삼아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어른인 척 하는 어른이 되기 보다 내일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듬직한 어른이 되어서 서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었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