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도서 미스터리’ 를 표방한 이시모치 아사미의 3부작 중 첫 번쨰 소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엔 등골이 오싹한 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추리소설 한 편 읽는 게 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도 더위를 쫓기 위해 공포영화를 즐겨보는데 밤에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보는 공포영화는 정말 상상만 해도 시원하다.

저녁엔 영화를 주로 보지만 낮엔 공포나 추리소설을 읽는 편인데 예전 추리소설들이 영국 작가(아서 코난도일,  애드가 앨런 포우 , 아가사 크리스티)들의 동무대였다면 지금은 일본 작가들(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이 추리소설 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쪼록 한국을 비롯한 많은 추리작가들이 배출되어서 무더운 여름과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시모치 아사미...

처음 들어보는 일본 작가이지만 일본에서는 이 작가가 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가 대단한 미스터리 2위에 선정되고,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로 선정될만큼 일본에서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작가중의 한 명이다.

이시모치 아사미가 쓴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추리소설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는 소설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독자들의 흥미를 끈 다음 마지막에 가서 극적인 반전과 함께 범인을 밝히는 게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추리 형식이었다면 이 소설은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진 후 범인과 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제 2의 인물(탐정역할)간의 심리묘사와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과 다른 주변인과의 머리싸움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완벽한 밀실살인을 꿈꾸며 살인을 저지른 후시미 료스케, 그리고 후시미 료스케의 밀실살인을 조목조목 반박해나가면서 이 소설의 탐정역할을 하고 있는 우스이 유카, 과연 이 두 사람중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이며, 완벽한 밀실살인을 꿈꾸었던 후시미 료스케의 범행은 밝혀질 것인지, 후시미의 살인동기는 무엇이었는지, 마지막 부분에서 우스이 유카는 과거에 자신이 좋아했던 후시미를 살인자로 지목할 것인지가 이 책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를 읽는데 주요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 서두에 범행이 묘사되어, 독자나 시청자에게 범인의 정체나 범행 수단이 밝혀지는 추리소설의 한 종류인 ‘도서 미스터리’

이 책에서도 범인의 정체가 서두에 밝혀지고 어떤 이유로 인해 밀실을 부수지 않으려는 후시미와, 밀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리해 가는 유카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이 책의 백미이며, 사소한 실마리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유카의 뛰어난 관찰력에 작가가 의도한 치밀함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더운 여름날, 범인이 누구일까? 하며 읽는 미스터리도 좋지만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도서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를 통해 치열한 두뇌싸움에 동참하길 바라면서......

3부작으로 되어있는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 중 2부, 3부가 은근슬쩍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