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의 아들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의사가 되기까지...
한 인물의 실화를 통해 재구성한 구한말 ‘제중원(濟衆院)’에서는 무슨 일이?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인 팩션(Faction) 기법이 소설을 비롯한 영화, 드라마에 두루두루 사용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기에 사실만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건 사실이나 팩션이 가미된 소설을 읽을때면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아무튼 팩션이란 장르가 문화, 예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관객이나 독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마냥 재밌어만 할게 아니라 팩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에 좀 더 공부하는 관객이나 독자가 되길 바라본다.

 

이 책 『제중원1, 2』도 팩션기법이 도입된 장편소설이다.
일본 소설인 <하얀 거탑>을 드라마로 각색해서 한국형 메디컬 드라마로 접목시켜 큰 인기를 끌었던 이기원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시대적 배경은 구한말, 즉 대한제국말기(조선말기)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자 서양 의학 도입의 상징이었던 ‘제중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다룸과 동시에, 구한말 백정 집안 출신에서 신분 차별의 벽을 뚫고 마침내 의사가 된 박서양을 롤모델로 ‘제중원’의 주인공인 황정이 탄생하게 되었다.

백정 출신의 소근개(少斤介)가 황정(황丁)에서, 그리고 백정에서 면천되어 중인의 신분에서 갖게 된 황정(黃正)의 이름까지...
이 소설에서 이름의 변천만 보더라도 황정이란 인물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는지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그당시 백정이란 신분은 최하층민으로, 집에서 키우는 소나 개같은 존재였기에 신분의 차별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최초의 의사가 되고, 이후 만주로 망명해 자신의 남은 인생을 나라의 독립에 바친 황정의 업적은 대단함을 넘어 대한민국에 이런 분이 계셨나? 할 정도의 의구심마저 들었다.

소설 『제중원1, 2』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구성이 빠르고 치밀하다.
황정이란 인물이 백정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단시간에 흘러간다. 그렇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넘는 게 아니라 사이사이에 중대한 사건들을 삽입시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책을 펼친 순간부터 2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빠르게 읽힌다.

두 번째로 사건전개가 흥미롭다.
황정과 대립되는 백도양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 소설의 대결구도로 그려가고 거기에 유석란이라는 여자를 등장시켜 황정, 백도양과 더불어 묘한 삼각관계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유석란이란 여인이 선택하는 남자가 황정과 백도양 중에 누가 될 것인지도 이 책을 읽는 묘미 가운데 하나다.

세 번째로 『제중원1, 2』는 팩션(Faction)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과 이기원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전부 허구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팩션은 역사를 재연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픈 주제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고 가공하고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다”라는 이기원 작가의 말처럼 사실(史實)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작가가 의도한 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팩션이 갖고 있는 장점이 양날의 검처럼 단점 또한 될 수가 있기에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라든지, 인물의 미화나 희화화, 허무맹랑한 스토리 전개는 팩션의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제중원’의 초대 원장으로 묘사된 알렌이 대한민국에서 행한 악행들은 외면한 채 천사표 인물로만 나온다는 점, 구한말의 의료체계인 한의학을 양의학에 비해 너무나도 무능하게 묘사한 점, 흥미에 치중한 나머지 극과 극의 상황설정이 많다는 점 등은 이 소설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에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동의보감>이라는 소설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인데 대한민국 한의학의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드라마로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제중원1, 2』는 <허준>과 스토리 전개는 비슷하지만 양의학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허준’이 한의학이었다면 ‘제중원’은 양의학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양의학은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되었는지... 이 책『제중원1, 2』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설로 먼저 선보인 『제중원1, 2』가 머지않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과연 드라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지금부터 사뭇 궁금하다.
‘제중원’이 ‘허준’처럼 감동 될지는 전적으로 작가와 연출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책을 먼저 접한 나로서는 드라마로 방송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에서 말한 몇가지 단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 『제중원1, 2』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