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화작가 정채봉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오늘도 ‘나’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다. 
나에 대한 고마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친철하면서도 나에게는 베풀 줄 모르고, ‘나’ 자신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물론 나도 나를 돌보지 않는 사람중의 한 명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면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단 한 사람인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라는 한 글자를 좋아했던 사람.
나 자신을 정성을 다해 돌보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서하고, 용기를 복돋아 준 분이셨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돌보았음에도 결국 간암으로 우리들 곁을 떠나가신 동화작가 정채봉님.

이 책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정채봉 선집은 동화작자 정채봉님이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 오래도록 맑게 빛나는 글 몇 점을 가려 뽑아 한 데 묶은 책이다. 사막과도 같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에게, 갈수록 자신을 읽어가는 이들에게, 갈수록 자신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단비같은 희망이 되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장채봉 선집은 정채봉 작가의 딸인 정리태 작가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아 찾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맞춰 직접 작품을 고르고 묶었다.

짤막짤막한 단편의 글들에서 창작동화의 큰 산맥이었던 정재봉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했던 핵심을 발견한다.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썩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길밖에...   (본문 16쪽 ‘생선’ 中에서)

인간도 생선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게 소금과 얼음, 냉장과 같은 동기부여나 나를 채찍질 해주는 존재가 없다면 쓰레기통과 같은 잉여적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눈물 젖은 밥맛을 안다.
잠깐 눈을 붙인 단잠 맛을 안다.
혼자 울어 본 눈물 맛을 안다.
자살을 부추기던 유혹 맛을 안다.
1분, 1원, 그 작은 단위의 거룩한 맛을 안다.
흉하게 하고 망하게 하는 사람 맛을 안다.  (본문 129쪽 ‘맛을 안다’ 中에서)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정말 위의 6가지 맛을 전부 알면 ‘인생의 맛’도 알 수 있는 것일까? 경험이란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에피타이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기한파로 모두가 힘들어지는 요즈음에 우리는 쉽게 ‘나’를 놓고 살아간다.
힘들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라면서 이 책 정채봉 선집『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에 나와있는 주옥같은 글들을 통해서 힘겹게 앞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성의 시간과 함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