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꼬마였을 때 아버진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종종 데려 가곤 했었다. 
난 아빠랑 목욕탕 가는 게 싫었지만 목욕을 끝내고 사 주시는 달콤한 자장면의 유혹에 못 이겨 주말이면 목욕탕에 따라 나서곤 했었는데...
요즘은 아빠랑 목욕탕엘 안 가본지도  꽤나 오래된 듯 하다.자꾸만 아버지를 피하게 되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아버지의 흰 머리를  보고 있자면 세월의 힘에 한번 더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기 나와 정 반대의 서용준이란 남자가 있다. 
군대에서 날아 든 청천벽력 같은 비보....                '부친 위독, 급 귀향 요망' 
아버지의 병명은 '뇌졸중', 뇌졸중에 걸려서 깨어나면 반신불수는 다반사이고,  못 깨어난다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병이 '뇌졸중'이다.

<고향사진관>은 경상북도 영주에서 용준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그의 영혼이 살아 숨쉬던 곳이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사진관과 예식장을 함께 물려 받게 된 용준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그 집안의 가장이 된다.
용준의 친구들은 대학공부에 매진하라며 사진관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용준은 친구들의 조언을 뒤로하고 사진관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면서 지금의 아내 희순을 만나게 되고, 17년 간 아버지의 병 간호를 식구들이 도 맡아 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17년 간 병 간호의 보상이라도 하듯 행복하게 살려는 용준의 가정에 또 다른 먹 구름이 끼게 되는데 다름아닌 용준의 간암 판정....
간암 판정을 받은 용준은 어머니, 희순, 큰 딸 혜주, 작은 딸 민주, 막내 승호, 친구 태수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자기의 묘는 아버지가 묻히신 묘소 옆에 수목장을 해 달라는 말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며 서서히 눈을 감는다.

이 책 <고향 사진관>은 이 책의 저자인 김정현님의 실제 친구분인 서용준氏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실화 소설이다.
이 소설이 실제 이야기란 말을 듣고 이런 분이 지금도 계셨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서용준의 주위사람들 특히 그의 부인인 희순, 친구 재수 등의 헌신적인 사랑에 또 한번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 책<고향 사진관>을 읽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임마, 여태 이러고 살았는데 마지막에 아버지 임종도 못 지키면 어떡하라고."
아......! 
이번에는 내가 호흡을 골랐다. "그래서 지금껏 하루도 영주를 못 떠난 거야? 지난번 서울에서도 부리나케 내려온 거고?"
"......"
"여름휴가 한번 떠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럼 그것도?"
"......"
"신혼여행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뒤로 한 번도?"   (본문 155페이지 中에서)

용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틀 간의 신혼여행 중에도 아버지의 고열 소식에 되 돌아온 그였다.

<고향사진관>을 읽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말뿐이 아닌 진정 내가 부모님을 편하게 해 드리고 있는지.....
내가 저 상황에 처 한다면 과연 20년 가까이 부모님의 수족이 되어 드릴 수 있을 것인지...
내가 죽게 되더라도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갖을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의 저자가 쓴  <아버지>가  이 시대에서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서 쓴 책 이라면.... <고향사진관>은 부모님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식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이 책 <고향사진관>을 여러분들이 읽고 부모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