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북한산 야생 들개떼를 조심하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주변 재개발 단지에서 버려진 개들이 먹이를 찾아 산으로 올라왔고, 서로 번식을 거듭하면서 예닐곱 마리씩 무리를 맺어 군집생활을 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최근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궁금하여 뉴스를 검색해보았는데 아직까지도 들개떼 문제는 진행 중이었다. 오랫동안 개를 키웠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관련 기사가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었는데 야생개 무리와 관련된 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어린이용 책 전문 출판사에서 출간된 도서여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금은 가벼운 판타지 소설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는데, 나의 이런 무지한 선입견이 부끄러울 정도로 재밌는 책이어서 이 책을 출간한 가람어린이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 『살아남은 자들 2』는 지진으로 인해 도시의 생활터전을 빼앗긴 ‘줄에 묶인 개’ 무리들이 야생의 숲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줄에 묶인 개' 무리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건 원래 숲속에서 살고 있던 ‘야생개 무리’였다. 이 책에서는 줄에 묶인 개를 선으로, 야생개를 악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이는 야생개 무리에 합류하게 된 주인공 ‘럭키’의 고뇌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삶의 문제는 언제나 생존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에 생존의 문제와 연관된 행동이나 선택을 선/악으로 구분 짓기란 매우 힘든 일이며 또 불가능하다. 야생개 무리에게 있어서 줄에 묶인 개들이야말로 그들의 터전을 노리는 외부 침입자이므로 그들의 규칙대로 처단해야 하는 존재이며, 줄에 묶인 개 무리에게 있어서는 공유된 숲의 풍부한 자원을 독점하는 야생개 무리가 물리쳐야만 하는 대상이다. 두 무리 모두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다는 명분은 동일하다. 이런 형태의 대립은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대개 럭키를 통해 나타난다. 예비 독자를 위해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 할 순 없지만, 럭키가 야생개 무리에 합류한 이후에 발생한 여러 형태의 사건과 그 사건으로 인해 겪는 럭키의 심리적 혼란이 그것이다. 럭키의 고뇌는 와인(야생개 무리 서열 꼴찌)과 멀치(야생개 사냥견 무리)와 관련된 사건으로 고조되고, 책의 마지막 장인 <선택의 시간>에서 그 극한을 달린다.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거칠게 물고 뜯는 소리......

다친 개들의 비명과 절규......

피부를 뚫고 꽂히는 이빨과, 치열한 전투의 울부짖음.(본문 153쪽 中)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개들 간의 싸움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미 개들만의 싸움이 아니게 된다. 너무도 인간세계와 오버랩되어 읽혀지기 때문이다. 연대와 공존의 메시지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연대와 공존만이 해답이라고 외치고 싶은. 그런 욕망이 꿈틀꿈틀 새어나온달까? 왜 항상 개들은 싸우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럭키의 의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과연 럭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너무나도 궁금한 대목에서 2권이 끝을 맺어 3권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SURVIVORS, 살아남은자들2, 숨어있는적, 에린헌터지음, 가람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