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거라고, 그렇다. 우리 인간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이별을 준비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결국엔 모든 것이 만남과 이별로 귀결되는 게 우리네 삶 아니던가? 하지만 죽음에 다다라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별을 죽음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만남은 없게 되고, 결국 이승에서의 만남은 끝이 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이다음 이야기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전생의 업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삶을 다시 살 수 있을지, 아니면 선행의 유불리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것인지 말이다. 사후세계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기에 뭐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알고 싶어 한다.

여기 신령이나 죽은 사람 사람의 영혼을 보고 영혼들과 대화하는 특별한 능력의 영매가 있다. 어려서부터 죽은 영혼들과 대화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무서움으로 인한 공포로 불안에 시달리다 33세에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영매 테레사 카푸토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사람이 계속 거부하다가 마침내 신내림을 받아서 무당이 된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렇게 테레사 카푸토가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눴던 가슴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이 책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에 들어 있다.

네 살부터 영(靈)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야경증(아이가 자다가 갑자기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공포에 차서 말을 하고는 다시 조용히 잠드는 증상, 12쪽)에 시달렸으니 테레사 카푸토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간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이유 없는 아픔에 시달리게 되고, 마침내 자신이 죽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영매(靈媒)라는 사실을 알게 된 테레사 카푸토, 이 사실을 늦게나마 자신이 가진 재능이라고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생활은 변하기 시작했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영혼들과 대화하는 영매이자 채널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그녀의 말에서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명상(집중)을 한다면 먼저 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보다도 두렵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걸 보니 아직까지 내 머릿속엔 영(靈)과의 대화가 무속인이나 영매 등 특별한 사람들이 행하는 몹쓸 짓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괜한 선입견으로 무당이나 영매들의 모습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영혼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사랑을 느꼈고, 죽음은 정말 영원한 이별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싶다면, 먼저 눈을 감으라. 고요히 그를 그리라.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했던 기억들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들을 떠올리라. 그러면 그 순간 그도 당신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315쪽 中)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아파한다. 그리워하면 할수록 눈물만 난다. 지금 이순간 보고 싶어서 미칠 거 같고, 세상에 혼자 남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면 누구나가 아파하고 힘들어할 것이다. 그렇다고 같이 죽을 순 없는 일 아닌가? 이 책을 통해 테레사 카푸토처럼 영과의 대화를 시도하라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 안의 그 어떤 두려움도 떨쳐버리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눈을 감고 보고 싶은 사람과의 함께 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그녀)가 반갑게 웃음 지으며 나를 반겨줄 것이다.

책, 안녕이라고말하지마, 테레사카푸토, 이봄옮김, 연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