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들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나라들을 개혁시키고 발전시켰다. 시민혁명의 전형으로 전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유와 평등을 외친 프랑스대혁명, 세계 최초로 러시아(구 소련)에 공산주의(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심어준 10월 혁명(볼셰비키 혁명),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도움으로 영국 식민지에 있던 미국이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던 미국혁명 등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혁명을 통해 자신들이 바라던 꿈들을 이루곤 했었다. 대한민국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부정선거 철폐를 주장하며 벌였던 4.19라는 혁명을 통해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제 2공화국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런 혁명들을 있었기에 국가라는 이름으로 사회와 제도,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고,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국가와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미국 발 서프프라임 모기지론으로 휘청대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더니 급기야 개인에게 벌어졌던 파산선고가 국가에게도 예외가 없이 적용되는 상황이 되고야 말았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간 침체와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혁명으로 쟁취했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가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론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고, 그 중심에 제4의 혁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 4의 혁명은 앞서 일어난 혁명들보다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레이건-대처가 추진한 개혁이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는 사실이 이런 예상을 방증한다. 제4의 혁명은 많은 서양인에게 이미 자명한 소유물로 폭넓게 간주되고 있는 두 가지, 즉 복지국가와 민주주의의 관행을 재고해볼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다.(367쪽 中)

책에서는 국가와 정부의 혁신적인 개혁 방안을 서양과 동양의 개혁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17세기 유럽의 왕자들이 중앙집권권 국가를 세운 시기에 일어난 제1의 혁명,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프랑스와 미국에서 일어난 혁명들을 계기로 능력과 책임감 있는 정부를 원하는 열망으로 일어나게 된 제2의 혁명, 공산주의의 일탈과 함께 복지국가의 탄생을 알린 제3의 혁명,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와 정부는 많은 변화와 개혁에 동참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국가와 정부의 능력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여러 요소들, 즉 경제적인 팽창과 위기, 인구의 변화에서 오는 여러 문제들(저출산, 고연령), 각 나라들의 쌓여만 가는 부채와 악화되는 재정적인 문제를 커버하는데 한계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걸까? 책에서는 실용주의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행위의 본질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그 결과를 실천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실용주의를 정부의 개혁에도 그대로 적용하자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들인 새크라멘토와 팔로알토의 격차를 통해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일곱가지 정책적인 오류를 지적함과 동시에 서양 정부들도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잘못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며칠 전 타계한 싱가포르의 전 총리 리콴유의 개혁적인 정부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에즈 동쪽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영국인”에서 ‘거친’ 실용주의적 기회주의자가 되기까지 리콴유는 노력했고, 마침내 싱가포르에 서양의 메인 메뉴와 동양의 에피타이저를 접목한 퓨전 요리를 만듦으로 인해 싱가포르를 아시아 내에서 서양의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싱가포르의 권위주의적면서도 현대적인 정부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정부 위기의 모법답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차선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거침없는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정부 모델의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개혁적이고 스마트한 정부 개혁의 마지막을 시대의 조류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혁명을 통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국가와 정부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파산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와 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 것일까?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과연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오늘날 전 세계는 혁명을 바라고 있다. 개혁과 변화의 바람에 발맞추어 제 4의 혁명은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문학·책, 제4의혁명, 존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울드리지, 이진원옮김,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