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역사적 진실은 무엇인가?

 

 이 책을 다 읽은 후, 든 생각은 국민들을 위한다는 미명(美名)하에 온갖 짓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두렵다는 거였다.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남의 목에 칼을 함부로 들이대고,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기 목이라고 내 놓을 듯 아첨을 떨며, 미래의 자기 안위(安危)만을 위해 골육상잔(骨肉相殘)도 마다치 않는 그런 정치인들 말이다. 그런 정치인들이 과거에만 있었더라면 이런 두려움은 없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그들만의 배를 채우기 위한 잔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저 하늘에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사도세자의 마음은 어떠할는지......

 

축복 속에 태어난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그가 꿈꾼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였기에 여드레 동안 뒤주에 갇혀 있다 죽음을 당했을까?

영조는 정말 이상성격이었으며 사도세자는 치유될 수 없는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성군의 자질을 지녔던 사도세자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선 축복 속에 태어난 세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조의 나이 마흔둘에 얻은 원자였기에 그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을만큼 기뻤을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얻는 아들이었는데, 한 살의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면서 탕평(蕩平)이라는 이름으로 상처와 한을 감추고 억눌렀던 아버지였는데, 이 아이에게만큼은 자기 자신이 겪은 상처와 한을 물려주지 않으리라고 다짐한 아버지였는데......

하지만 그는 그렇게 사랑했던 그의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굶겨 죽였다. 정신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밖에 없는 귀하디 귀한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인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점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사도세자의 죽음이 정신적인 이상이 아닌, 권력싸움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책이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인 것이다.

 

그 8일 동안 조정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바로 이것이 세자가 처했던 비극의 전말을 찾아가는 길이다.

세자가 뒤주에서 밤을 새운 첫날 좌의정 홍봉한은 영조에게 윤숙을 처벌하라고 주청한다.

“한림 윤숙은 어제 신들을 꾸짖었고, 또 울부짖으며 거조를 잃었으니 인심을 진정시키려면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영의정 신만과 다른 대신들도 홍봉한을 따라 윤숙을 비롯한 한림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세자를 왜 구하지 않느냐고 대신들을 힐난하면서, 세자가 뒤주에 갇힐 때 울부짖었다는 것이 홍봉한이 처벌을 요청한 윤숙의 죄목이었다. 사위인 세자를 구해달라고 울부짖은 윤숙을 장인 홍봉한이 처벌하라고 요청한 것이다.(본문 340쪽 中)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세자빈이었던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은 전부 거짓이고,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모두 진실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현왕후전』과 함께 궁중문학의 쌍벽이라 일컬어지는『한중록』에 허구의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면 그건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혀져야만 하고,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우리에게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던졌고, 그 의문점들이 지금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역사는 승자가 쓰는 기록물이라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가 저 하늘에서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면 대한민국엔 250여 년 만에 큰 홍수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면서......

사도세자의 영혼이 저승에서라도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그의 죽음에 대한 역사적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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