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술관을 걷다

 

     아직 독일을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행서 보기를 즐기기도 하고 세계사에도 나름 관심이 있어서 독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독일 미술관을 걷다]를 접하게 되면서 독일에 이렇게 많은 미술관이 있고, 독일인이 미술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 깊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무언가 모으기 좋아하는 데 있어서 독일 사람들이 빠질 수 없으며 국제 수집 올림픽이 있다면 그들은 확실한 메달감'이라고 말한다.  독일에 6천 2백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는 글과 1년에 거의 2천 번이나 미술 관련 기획전이 열린다는 글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가족 중에  손 위 오빠가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금도 꾸준히 작업활동을 하고 있어서 미술과 연관된 책에는 늘 관심이 많아 나름 열심히 명화 집을 보기도 하고,  크고 작은 전시회도 열심히 찾아 다닌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이나 전시회는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만 열리는 경우가 많고, 전시되는 작품들도  대작보다는  소품이나 드로잉 등의 작품이 많아 아쉽기도 했다.  이 책 속에는 독일의 수없이 많은 미술관 중에서 13개 도시의 31개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고,  각 미술관마다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많이 접했던 유명  미술작품이 의외로 독일의 여러 미술관에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면서  공부가 많이 되었다.

 

    여러 곳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미술관이나, 독일의 미술작품들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이 책에서  더 호감이 가는 부분은 여러가지 미술사에 대한 정보나 독일에 대한 문화, 사회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직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미술사를 전공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저자답게  깊이있는  미술관련 정보들을  많이 다루고 있으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개되는 각 미술관마다 나름의  특징을 잘 살려  다양한  미술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웠다.

 

  '프랑스가  대혁명을 통해 과거의 전통과 지배자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독일은 봉건 귀족의 유산을 보호하고 그들의  승리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는 시민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독일 제국의 역사 때문이기도 했다.' ( 본문 79 쪽 )

 

독일이 이렇게 많은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단 한 번도  시민으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하지 못했던 역사에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수도 없이 유출되어 있는 이유가  대부분  많은  침략에 의한 약탈 때문임을 생각하면서  한 편으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독일이라는 나라나 그들의 민족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로 인해  많은 부분  과거의 유산을 잘 보존할 수 있었다니  그 점에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일을  갈 기회가 된다면 소개된  미술관 중에 몇 곳을 꼭 찾아보고 싶다.   특히 '고전 거장  미술관'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라파엘로'의  <시스티나 마돈나> 와  '베르메르'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