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특사 이준

 

  '이준' 그는 어떻게 고종의 특사가 될 수 있었을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한 나라의 국모를 잔인하게 시해할 수 있었던 그들,  일제강점기 그들의 눈과 귀가 서슬 퍼런 시절에 임금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강직한 사람을 자신의 특사로 파견해야 했을 것이다.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 에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이 일본의 무력으로 강제합병되었으며 우리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임금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 망해가고 있는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의  운명을 생각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여러 인물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준'은 그에 너무도 적합한 인물이었음을 이번에 읽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저 왕의 특사로 헤이그에 갔다가 자결한 한 애국자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이준이었다.  그가 대한제국 최초의 검사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억울하고  무지한 백성의 편에서  재직시절 얼마나 강직한 인물이었으며 항상 불의에 대항하고 늘 고민하는 사람이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황제의 특사 이준]은 저자가 두 사람이다. 부부인 두 사람의 이력은 글을 쓰는 아내와 오랜 시간 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검사다.  남편은 이준 열사가 훌륭한 검찰 선배였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쓸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책은 철저하게 고증을 거쳐서 소설화하고 엄청난 양의 조사와 준비과정을 거쳤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아마 검사가 쓴 책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책이 쓰이지는 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소설형식의 글이지만 내용 자체에 더  신뢰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소설은 모두 3개의 장으로 나뉘어있다. 검사의 길, 법치의 길, 구국의 길이 비슷한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점을 유심히 보더라도  헤이그 파견내용을 다룬 '구국의 길'을 뺀 나머지 부분은 이준이라는 인물이 검사가 된 과정과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검사의  본질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공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의와 위법을 보면 그 일이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고 위법 상태의 존재 자체에 화가 나는 것! 그런 공분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검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71 쪽 )

 

  지금도 매스컴에서 많은 법조인들의 비리나  황당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자 했던  사실도 벅찬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었지만,  한 사람의 법조인이 자신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권세를 누리는 자들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하게  바른 길을 걸으려고 했던 청렴한 검사, 존경받는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더 감동적인 부분은 그의 아내에 대한  내용이다.  양반가문의 여인으로 당시 높은 학력을 가졌던 여인이  남편이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평생  집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내조를 한다. 사농공상이라는 말이 흔했던 시절  양반계층의 여성이었던 그녀는 '안현부인상회'라는 가게를 차려 직접 장사를 시작한다.  아내 '이일정'은 상점을 운영하여 생긴 소득을 유학생들의 학비를 대는데 쓰기도 하고,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던  당시 ' 국채보상부인회'라는 단체를 조직해 활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라를 사할랑하는 마음과 큰 능력을 가진 아내가 있었기에 이준은 처자식에 대한 걱정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구국의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중도에 발각되거나 해아에 도착했더라고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고, 혹여 돌아오더라도 바로 왜인들에게 잡혀 죽음을 당할 것이오, 허나, 만약 몸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수만리 하늘을 날아와 늘 부인 곁에 있으리다.' ( 264 쪽 )

 

  그는 정의를 위해, 대한제국이 독립국임을 왕의 명을 받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에 갔다. 하지만  세계강대국과 일본의  힘 앞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 이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수단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유서를 통해 구국의 길을 찾았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아내에게 남기는 글을 더 쓰다가는  자신이 결심한 자결에 대해 마음이 약해질까 싶은 마음에  아내에게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그.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이상설이 자신의 죽음과 함께 유서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의  유서는 일본인의 손에 처음 발견된다. 

 

'폐하, 소신은 재주가 부족하여 폐하의 큰 기대를 제대로 받들지 못했습니다.  이제 신이 바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 한 목숨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