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그저 술술 읽어가다보면 뒷편에 누가 범인이며, 왜 범인인가를 낱낱이 풀어주는 것이 일반 추리소설의 구성입니다. 그렇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통해 독자에게 도전하지요. 너희들이 한번 범인을 맞춰봐라 하고요. 범인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책의 끝 부분에 묶인 채로 놔두고 말이죠.

 

솔직히... 한번 읽어서는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 두번 읽었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군요. 작가가 고의적으로 반쯤만 드러나게 한 힌트들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섞이면서 해설집을 보지 않고서는 누가 범인일지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해설집에서도 범인이 누구다 라고 명확하게 짚어주진 않습니다. 다만 범인이 누군인지 확신에 가깝게 짚어낼 수 있는 그런 힌트를 주지요. 그 힌트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은 무슨 의미지?라고 선뜻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설집에서 제시하는 힌트들을 다시 한번 가서 읽어보고 나서야 아하! 무릎을 칠 수 있었죠. 이래서 그 사람이 범인이구나! 하고요.

 

하지만...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다보니 내용 자체는 상당히 꼬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모두 생각하게 하기 위해 이랬다, 저랬다 왔다갔다 하며 쓴 것 같은 내용이 전개되었으니 말이죠.

 

그나마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에서는 두명 중 하나가 범인임이 명확했고, 그만큼 해답 역시 단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를 죽였다 에서는 용의자가 셋, 문제도 더 복잡해집니다. 해설집을 봐도 누군지 바로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죠.

 

이번 작품은 작가가 '내가 그를 죽였다'를 내놓기 전에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연습을 시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