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은 책으로 접하기보다 영화로 먼저 보게 된 경우였습니다.

 

보통 영화로 먼저 보게 될 경우, 책을 나중에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책은 전혀 그런 면이 없었습니다. 짜임새있게 잘 쓰인데다가 지루할 틈 없이 갈릴레오와 용의자 X의 두뇌가 대립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로 먼저 봤을 때, 무척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슬픈 영화가 아닌데 왜 울었는가... 바로 용의자 X의 미친 사랑 때문이었죠. 너무나도 간절히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직접 살인을 저질러가며 철저하게 그녀의 범죄를 가려주려 했던, 희생을 넘어선 희생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용의자 X가 구상한 철저한 알리바이보다 사랑이야기가 우선이 되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도 했습니다. 물론 알리바이가 한겹, 한겹 벗겨지면서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알리바이와 그런 알리바이를 구상한 용의자 X의 두뇌에 감탄할 기회도 있었지만... 남녀로서의 감정이 더 우선순위 된 듯해서 말이죠.

 

소설을 통해 다시 보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은 그야말로 헌신이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다른 남자를 만나며 마음이 흔들리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녀를 괴롭게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둠속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존재로 남을 뿐이죠.

 

그리고... 영화 속에선 나오지 않았던 부분, 진범인 여성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내용을 보고... 그리고 그 여성의 자백 때문에 괴로워하는 용의자 X 때문에... 독자로서는 차라리 안심을 느꼈습니다. 정말 책임을 져야 마땅할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에... 용의자 X의 무조건적인 헌신 때문에 괴롭던 결말에 조금쯤은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작성하다보니 스포일러가 됐지만... 내용을 알고 보더라도 알리바이의 구성에 감탄을 느낄 수 있는 명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