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라는 최고의 문학작품을 선사했던 천명관.기대기대하며 두번째로 구매한 책은 고령화가족이다.

최근 영화로도 개봉되며 다시한 번 높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의 첫인상은 유머코드인가?하는 생각.

 

무슨가족이 그래?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라고 외치는 작품.

 

소설 속 평균나이 49세의 이 콩가루 가족은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삼남매가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엄마 곁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삼류영화감독인 주이공 '나'와 사업실패로 백수가 된 형, 바람피워서 이혼당한 여동생과 그의 딸.

이 특이한 캐릭터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펼쳐간다.

 

첫부분은 티격태격 서로 싸움먼지만 가득하던 작은 공간이

후반부에는 찡한 감동을 제대로 선사하면서 읽는이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천명관의 소설은 언제나 그렇지만.정말 재밌다.

스토레텔링의 귀재.나는 그를 그렇게 칭한다.

 

P128.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소설 첫 문장.

오랜만에 한 집에 모였으나 떳떳할 수 없는 루저들의 만남 

 

P21. 아직 죽지 않았구나.오함마!

P.183 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양아치지만 그래도 언제나 네 형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씨발.

말보다는 주먹이 언제나 앞서는 오함마.그리고 나.어릴적부터 계속되어온 둘의 애증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오함마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속마음.

가족은 역시..사랑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끈끈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P192.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소설 속에서 오함마 라는 캐릭터가 가장 애착이 갔다.

겉은 무대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속마음은 애정과 의리로 똘똘뭉친 사람.

특히 후반부에 그가 벌이는 반전의 일격을 잊지 못할 거다.

 

P.268 그들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다. 짐은 새로운 법은 아름답지만 옛날 법을 따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생을 희롱했다가 실패했다.

인생을 희롱하다 실패한들 뭐어떠하리.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할지라도 삶을 희롱하며 살아가는 게 훨씬 더 재밌는 삶인걸.

 

P93.파리에서,우린 젊었으며 그곳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가난조차도,갑작스런 생활의 여유도,달빛도,당신 옆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숨소리도.

 

P148.그런데 어젯밤에 나는 깨달았어. 나는 노인도 아니고 상어도 아니야. 나는 바로 그 노인에게 잡힌 물고기야.

 

P173.아버지는 결코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로선 아마도 최선을 다한 삶이었을 것이다.

 

P.185 내 아내는 기내식같은 여자였다.갖출 건 다 갖춘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하고, 결국 포장지만 한 보따리 나오는 그런 여자였다.

 

가족애를 다룬 소설이 그저 엄마의 모성애에 치중한다거나

가족애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만을 사용한다면 정말 진부하고 오히려 감동을 앗아갈 것이다.

천명관은 마치 이건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코미디야.편하게 읽어봐.

라고 마음을 누그러뜨린 뒤에 서사드라마의 감동코드로 나에게 어퍼컷을 강타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속의 가족애에 나는 눈시울이 몇번 뜨거워졌다.

천명관, 고령화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