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이름에서조차 스멸스멸 슬픔과 애잔함의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다..

표지에서 보이는 수상한 한 남자는 동물의 옷을 입은채,고릴라 머리를 손에 쥐고서

삶의 지난날이 묻어 나오는 주름과 찌든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굿바이 동물원은 현대 사회의 경쟁.취업난.빈부격차등.다양한 병폐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모여든 사람들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책이다.

 

지인이 일본소설을 선물해주겠다고했으나.내키지 않아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화려한 경력과 줄거리 내용을 보면서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겠거니.감이 와서 골랐고.후회하지 않았다.

오늘 이 책으로 인하여 지금 이시간까지 잠도 안잔채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지 않던가..

 

주인공 김영수는 중소기업에서 평탄한 생활을 지내다가 구조조정 탓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가 처음 선택한 것은 인형 눈알 붙이기.마늘 까기.바비인형 속눈썹 붙이기 등의 부업이었다.

그러다 돼지엄마라는 브로커의 소개와 체력연마 끝에 드디어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에 들어가지만

그가 하는 일은 바로 고릴라.동물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피그미하마.거북.호랑이 등등의 동물이 되어서

각자의 역할을 매우 성실히 수행해나간다.

 

그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기도 하고 삶의 회의감에 젖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는 진짜 사람들이 살던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끈끈한 사람의 정이라는 결과물이 생겼다.

 

대기업에서 이런 일 저런 일 끝에 동물원에 오게된 고릴라.

간첩생활을 하다가 이곳까지 쫓겨온 대장 고릴라.

취업난에 허덕이다 공무원 준비를 하며 주경야독으로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앤 고릴라.

 

작가는 아마도 이 글을 통해서 현대 피라미드 계급 중 낮은 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하루하루 월요일을 무서워하고 미래에 불안해하고.가족들을 볼때마다

고민에 젖어 담배를 한개피씩 입에 물어야하는 그런 사람들의 애환을 이 책에 담고 싶었나보다.

 

내일 당장 삼성동 거리를 걸으면서 수많은 직장인들의 얼굴을 보면

멋있다 라는 생각과 더불어 한켠으로 힘내세요 라는 말이 하고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느낀다.

 

사람답게 살고싶어요.

 

그들은 동물원의 철창 밖이 아니라 철창 안에서 정말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면서 나의 삶은 어떠한지 되돌이키게 만들고

앤과 같은 경험을 겪었던 나의 시절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게 만드는 책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를 차마 미리 알아채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

지하철 한 공간에서 만나는 몇백명의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집으로 혹은 직장으로 향하는 도중에

그들의 얼굴에서 번지는 외로움과 힘겨운 싸움을 알아채지 못한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코 슬프지만은 않은 책.

 

특히 소설 초반 부에 주인공이 여러 부업을 하면서 혼자 생각하는 장면들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콩고에 가보고 싶어질 것이고 나는 어떤 동물이 될까.?한번쯤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동물원에 간다면 인사하겠지

수고가 많으십니다.안녕들 하신가요 마운틴 고릴라님?

 

따뜻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