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몇해전 서점가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했던 게 생각난다.

무언가 첫인상은 오랜만에 나에게 연락을 하는 예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막연하게 생각했고

처음 접하는 작가에게 약간의 머뭇거림 증상이 있는 나에게는 그 유명한 신경숙 세글자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읽기 싫었던 책이었다.

 

이번해에서야 구입했지만 구입한 책들 중에 가장 늦게 접했던 책.

처음엔 읽어나가는 속도나 집중력이 크지도 않았지만

어느순간 또 빠져있었다.

 

엄마의 병으로 인해서 서울로 상경하여 살아가는 정윤.

그녀는 대학 생활에서 그것도 밝고 재미로 가득한 학과의 특성과는 동떨어진 학생이다.

혼자 생활하고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는. 한마리의 영양 떼에서 혼자 뒤떨어져서 나는 영양이 아니예요 하고 걷고 있는 듯한 그러한 학생.

 

무언가 듬직하고 강직한 느낌이 드는 남자 이명서.

 

집을 떠난 언니 윤미래에 대한 죄책감과 애정이 큰 여자.윤미루.

 

이 세 캐릭터가 이끌어나가는 책.

나에게는 윤미루가 가장 끌리는 인물이었다.

 

한 때 거식증에 걸려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았고 그 후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노트에 자신이 먹은 모든 음식을 적는 여자.

매일 똑같은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어깨를 동그랗게 말고 걸어다니는 여자.

정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언니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한 모습들.

떠나간 언니를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여자.

윤미루는 너무도 초라하고 불쌍한데 너무 슬프다.그래서 안타까웠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각기 다른 슬픔을 가진 청춘들이 자신 주변에서 실제로 잃어났던 상실의 아픔을 서로 안고 달래주는 모습 속에서 음울하지만 그들 안에서 발하는 따뜻한 기운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적 모습이 미웠다.

지금도 그다지 변함없는 시대이지만 책 속의 모습은 무척이나 잔인한 듯 다가왔다.

 

윤교수가 말했던 크리스토퍼 일화처럼 우리는 누구나 예수이자 예수를 짊어지고 가는 크리스토퍼이다.

한사람 한사람 자신만의 짐을 지고 이 강을 건너야돼!라는 각자의 사명감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거세고 깊은 강물이 매순간 순간 나의 의지를 시험하지만 끝끝내는 건너야만 하는 그런 사회라는 강물을 타고.그러나 어깨에는 무거운 세상이라는 무게를 단채 그렇게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은 낯선 전화벨 소리에도 다른 느낌으로 반응하겠지.

그리고 지금 어떤이들은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누군가를 잃고 낯선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순간 철렁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살고 있겠지.

 

이 책이 아주 재밌었다고는 말못할 것 같다.

다소 ...좀 찜찜했다..그래도 즐거웠다. 오랜만에 책에 집중하며 읽어나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