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지다. 그리고 안데르센의 마법에 다시 걸리다.

<인어 공주> <미운 오리새끼> <눈의 여왕> <엄지 아가씨>

어린 시절, 안데르센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작가가 또 있을까?

텔레비전 드라마인 커피프린스나 파리의 연인을 보며 설레는 것 못지않게

안데르센이 그려낸 등장인물 때문에 그때의 나는 울고 웃었다.

오늘, 나는 이 책 <안데르센 동화>를 아이에게 들려주며

다시 가슴이 뭉클해진다.

엄지 아가씨의 가혹한 운명에 안타까워하다가 왕자를 만나 행복해 하는

장면에서는 목소리에 절로 힘이 실린다.

<돼지치기와 어리석은 공주>에서 공주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불행을 자초하는 결말은 역시 통쾌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슬픈 사연은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더 절절한 나머지

목이 메고 말았다.

그런데 마루벌의 <안데르센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니

몇 가지 새로운 점이 눈에 띠었다.

안데르센이 이런 작품도 썼나, 의아해할 정도로 처음 보는 작품이 많았다.

장미나무에서 태어나 나무에 의지해 살고 있는 장미나무 병사로

현명한 개미를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인간은 그런 우리를 무조건 죽이려 든다며 항변하는 진딧물의

진정어린 호소를 그린 <장미나무 병사>는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잠자리에 든 옐마라는 작은 소년에게 찾아와 일주일동안

일곱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래 아저씨>도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왜 이런 이야기가 묻혀있었을까, 아쉬울 정도였다.

제목조차 낯선 <부싯돌 통> <높이뛰기 선수들> <장난꾸러기 소년>

안데르센의 새로운 보물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지금껏 알고 있는 <엄지 아가씨>와 <임금님의 새 옷>, <성냥팔이 소녀>도

일본 번역판이 아니라 원전으로 읽는 재미가 색달랐다.

아! 

그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고전의 향취에 걸맞게 고풍스럽고 격조 있게 그려진 그림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만화그림처럼 비현실적이고 요란하게 그려진 게 아니라

마치 한 폭의 명화처럼 섬세하고 아름답다.

옛 이야기. 특히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의 동화는 읽어주어야 제 맛.

책 두께로 보나 줄거리로 보나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읽어야 할 분량이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잠자리에서 읽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는 들으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테고

나는 읽으면서 안데르센의 작품을 곱씹는 기쁨을 가질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