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호러영화를 보지 않게 되었다. 어렸을 적 무서웠음에도 즐겨보았던 사탄의 인형이나 조금 크고 나서 링이나 주온 등을 보면서 뭔지 모를 공포감에 휩싸이는 것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다 시시해져버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포가 그저 사운드와 갑작스러운 화면에 의한 공포로 대체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 공포드라마 겪인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나타나는 권선징악이나 큰 뜻이 그 안에서 사라지고 그저 사람들을 놀래키는 것에만 집중해서 인지 점점 흥미를 잃어 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의 내용이 호러인지 알지 못했다. 5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전부다 호러인 것을 알게 되었다. 호러영화를 보지 않는 나이지만 이 책은 손을 놓지 않고 금방 읽게 되었다. 그만큼 너무 자극성과 흥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조여 오는 공포의 느낌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책 소개를 보니 ‘청소년기 그 자체로 호러다’라는 문구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요즘 청소년들에게 읽어날 것 같다는 느낌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서 더 진지하게 읽어 내려간 것 갔다. 물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진 않다. 나 때의 청소년기에도 그랬고 앞으로 다가올 청소년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모두들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총 5가지의 이야기 중 나는 ‘하얀 벽’, ‘난 네가 되고’, ‘붉은 곰팡이’ 이 세 이야기가 정말 무서웠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적인 학교의 하얀 벽, 그리고 학창시절 한 학년에 꼭 끼어있는 쌍둥이, 그리고 여기저기서 가끔 볼 수 있는 곰팡이까지... 모두 특별하지 않은 조그마한 소재를 가지고 청소년기의 상상력을 동원해 벽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에 대한 곰팡이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 시켰다. 이런 극대화된 공포의 중심엔 또오....옥, 또오오옥, 독딱, 똑딱똑딱. 똑딱똑딱똑딱똑딱, 일반적인 노크소리나 시계초침소리를 변화시킨다던지, 흐흐흐, 흐흐, 흐흐흐흐흐흐! 또는 킥! 하고 웃는 모습이 공포를 극대화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것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자아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생각들이 들 때, 그리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생기는 공포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단순히 한편의 소설로 넘기기에는 청소년들에게 너무 큰 죄책감이 든다. 우리들이 겪었던 친구들과의 문제.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그 해결방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라는 핑계로 아직 더 배우는 단계라는 핑계로 우리는 그들을 방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친구들로부터 관심받기 원하고 사랑받기 원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삶을 통해서 배워왔다. 이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