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3편에 해당하는 <쓰리 데이즈>에서는 약간의 소설 외적인 변화가 있다. 출판사가 바뀐것이다. 자연스럽게 번역자도 교체되어서인지 호칭같은 작은 부분도 그렇고, 우리말 번역 문체도 좀 달라진걸 느꼈다. 누가 더 낫다, 아니다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전편에 이어서 앤드루 그로스와 공동 집필한 것은 변함없다.

우먼스 머더 클럽은 톡특하게도 서수를 이용해 시리즈의 제목을 붙인다. 1편은 <1st To Die>, 2편은 <2nd Chance>, 그리고, 3편의 원제는 3rd Degree이다. 원제목도 그렇고, 번역판의 타이틀 <쓰리 데이즈>도 내용과의 연관성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주인공 린지 박서는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폭탄 테러 사건과 접하게 된다. 범인들은 스스로를 ’오거스트 스파이스’라고 칭하는 테러 집단이다. 뒤이어서 독극물 테러에 의한 희생자가 발생한다. 희생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천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초반부에 테러리스트들의 메세지를 통해 신용화폐와 통화 팽창주의로 인한 인플레이션 경제, 세계화, WTO에 의한 자유무역주의 등등, 서구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내용들을 보면서, 이게 패터슨의 작품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소 그의 작품에서 저널리즘을 느껴보거나 패터슨이 사회파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는 소설 속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범행 동기를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다. 소설 안에서 단편적으로 밀턴 프리드먼과 그 추종자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했다고 해서 패터슨이 갑자기 데니스 루헤인처럼 사회파 추리작가로 변모하진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긴 하다. 신자유주의는 완전한 시장경제,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 배제와 각종 규제 철폐, 보호 무역과 관세 폐지를 외친다. 모든 걸 철저하게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거다. 능력있고 더 노력한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수긍이 간다. 문제는 이 논리를 경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이 걸린 의료와 교육에 까지 적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의료 보험의 민영화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치료도 못 받는다. 병에 걸려도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한다. 가난한 자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빈부격차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양산하고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얼마 전에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대란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 이건 자본주의자들이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싫어하는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국가의 간섭 배제와 규제 철폐와 외치던 월스트리트의 자본가들은 막상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국가의 공적 자금 투입을 요청하는 후안무치를 보여준다.
 패터슨의 소설 리뷰에 이런 주제를 다룬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아무튼 이번 작품의 주요 테마는 위에 언급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 아닌 ’무차별적 테러리즘’이다. 왜 갑자기 테러리즘인가? 이 작품이 발표되기 2년 전 쯤, 2001년 9월 11일, 일명 911테러가 발생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사건이 미국인들에게 안겨준 충격과 공포는 대단했었다. 작품 속에서도 911테러에 대한 언급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후, 911을 다룬 영화나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우먼스 머더 클럽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다른 사람도 아닌 냉철하고 지적인 수석검사 질 번하트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전편에서 아이를 유산한 뒤로 질에게는 불행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엔 테러에 희생당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이번 작품에서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야기는 테러리즘과 질 번하트의 불행, 이 두 가지가 줄기를 이루며 전개된다. 전체적으로 시리즈 전작들에 훨씬 못미친다. 소재나 이야기 전개도 여타 다른 소설에서 많이 다뤄졌던 것이고, 결말도 그렇게까지 인상깊지는 않았다. 시리즈가 횟수를 더해가면서 천편일률적이고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뭔가 전환점이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패터슨의 소설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데 비해, 다 읽고 나면 머릿 속에 남는게 없어서, 막상 독서 감상문을 쓰려고 하면 암담해진다. 작품 자체에 대해 쓸 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패터슨은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비평가들은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어떤 평론가는 그의 작품들을 "멍청한 스릴러"라고 혹평하기도 하고, 심지어 "terrible"한 작가라는 소리도 듣는다. 문장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패터슨은 인터뷰에서
"난 위대한 문장가가 아니다. 스토리텔러이다. 내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행히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