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라는 책 제목과 표지만 놓고 보면 선정적이고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원제도 수영복(Swimsuit)인지라 국내에 비키니(Bikini)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는데,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된 사람들 중에 2명은 비키니 모델이고, 이 사건을 통해 살인마 헨리 베노이트와 기자이자 작가인 벤 호킨스가 연결되므로 내용과 완전히 무관한 제목이라고 볼수는 없다. 

 제임스 패터슨은 속도감있는 글쓰기를 장기로 한다.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의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지루한 서사, 불필요한 배경설명은 일체 없다. 그런 건 종이낭비로 여기는 듯하다. 

 놀이 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타 본적이 있다. 최고점까지 서서히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려오기를 계속 반복한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통해 질주하는 듯한 속도감을 느끼게 하다가도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완급 조절을 한다. 두 남녀의 애정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장을 넘기면 곧바로 사건과 범죄가 전개된다. 

 소설은 짧은 분량의 챕터들로 이루어져있다. 각 챕터들은 간결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길고 복잡한 문장은 일체 배제된다. 매 페이지들이 술술 넘어간다.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내 리뷰의 글도 심플해 지는 것 같다. 패터슨은 정말 영악한 작가이다. 어떻게 해야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놓지 않게 할수 있는 지를 잘 알고 있다. 타고난 페이지 터너이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단숨에 읽게 되었지만, 허전한 느낌이 든다. 등장 인물들의 과거나 배경에 대한 서사가 일체 배제되어서인지 요약본을 읽은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연쇄 살인마 헨리 베노이트와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스케일이면 좀 더 길어졌어야 하는게 아닐까? 헨리 베노이트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몇 십 페이지는 더 채울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패터슨은 지면 낭비라고 생각했을지도...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연쇄 살인범이었다.

 예전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만약, 이 책에 부제를 단다고 하면, <연쇄 살인마와의 인터뷰>가 적당하겠다. 헨리 베노이트는 연맹이라 불리는 부유한 자들의 모임을 위해 스너프 필름(Snuff Film)을 만들어 그들의 새디스틱한 관음적 욕구를 채워준다. 우연히 사건 취재차 하와이로 온 전직 경찰이자 현재는 기자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벤 호킨스를 보게 되면서, 헨리 베노이트는 새로운 계획을 구상한다. 바로 자신의 삶과 범죄의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벤 호킨스는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면 자신의 소중한 여자 친구 아만다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갈 협박이 아니라는 것은 헨리가 하와이에서 저지른 연쇄 살인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었다.
 
  이 책의 수수께끼는 단 하나, 왜 헨리 베노이트는 자신에 대한 책을 출간하려는 것일까? 
  물론 답은 책의 결말 부분에 나와있다.

  책의 내용은 다분히 선정적이고 B급 스릴러 영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결말도 다소 어정쩡하다. 다이어트를 통해 군살을 뺀 듯한 문장 전개도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맥신 패트로라는 작가와의 공저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이 작품이 제임스 패터슨의 대표작이 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