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감상

초반부의 따끔한 조언은 읽는 동안 통쾌함을 느낄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다만 How가 결여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현실은 공평하지 않다.’ 다 알겠다. 쓴 소리지만 받아들이겠다. 자 이제 바뀐 마음가짐으로 어딜 봐야하는가. 목표 없는 찬양도 나쁘지만 역시 같은 종류의 비판도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혼란스러운 괴변 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보들을 알려준다. 그러한 상식과 정보 전달이 나오는 챕터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다만 아쉬운 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반자기계발서적인 마인드가 그를 일반화에 맞서는 영웅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부정은 스스로 세운 가치관을 아무도 모르게 무너뜨려버렸다.

책의 대부분은 흥미로웠지만 유용한 정보를 모운다면 한 챕터를 넘지 못할 것 같다. 강신주를 까는 챕터, 스스로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듯한 챕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못해도 중간은 가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라는 챕터 전체. 위의 챕터들이 없었으면 참 좋은 책이었을 텐데‘책’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우겨넣은 듯 부자연스러운 챕터들이 책을 다 망치고 있다. 심하게는 저자에 대한 신뢰조차 무너뜨리는 부분이다.

기분 좋게 책을 열고 찝찝하게 책을 덮었다.

문장

Round 1.난 이런 선수를 원한다. - 독자의 자격

“20세기를 살았던 분이 21세기에 사는 아이들에게 검색 대신 사색을 하라느니 하는 건 시간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고 20세기의 삶을 기준으로 훈계하는 것이다. 사색은 정보가 부족하던 농경시대의 생활 방식이다. ‘사색을 검색하라’ 이러게 마래야 올바른 조언이 된다. 검색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검색하느냐가 문제라는 얘기다.” - P.14 (검색 대신 사색? 미친 거 아니니?)

“명심하라, 너는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다.” - P.16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무조건적인 청춘예찬에 비수를 꽂는다.)

“인정하라. 인생이란 꿈을 실현하는 멋진 과정이 아니며 우리들 대부분의 삶은 시시하다. 당신은 별로 아름답지 않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며, 사는 일은 정말이지 뜻대로 도지 않는 굴절과 실망의 연속이다.” - P.18

이 시대의 뜨거운 감자인 청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시대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 AI(After Internet)과 BI(Before Internet)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이분법을 제시하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Round 2.위험한 세계관의 그분들

- 강신주라는 괴물, 혹은 인문학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일하지도 않고 월급이 나온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축복 아닌가요? 뻔뻔스러워지세요.] - <강신주의 다상담> P.106

"이분에게는 직장은 그저 자신이 하고 싶ㅇ느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곳이다. 직장은, 회사는 들러리다. 일을 안 하면 소용이 촉진된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일을 안 했을 때 창출되는 건, 고용이 아닌 해고다." - P.100-101

"세력의 크기에 따라 익(wing) > 당(party) > 파(faction)의 순이 된다.” - P.118

"진보에 대한 마르크스의 정의는 이렇다. 저급한 생상양식에서 수준 높은 생산양식으로 옮겨가는 것. 그러니까 노예제 생산양식이 진보한 것이 봉건제 생산양식, 봉건제가 진보한 것이 자본제 마지막으로 자본제가 진보한 것이 사회주의라는 논리다. 진보라는 단어는 사회주의에 가깝게 접근했는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 P.121(진보란 무엇인가)

“우익이니 좌익이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건 전부 시장과 정부 혹은 국가의 비율을 놓고 다투는 셈이다. 그래서 시장에 맡기자, 는 보수의 이념이고 시장은 불완전하니 적극 개입하자, 가 좌익의 개념이다. 길었다. 그러나 모르고 살면 곤란한 개념이다.” - P.122-123(진보와 보수의 개념정리)

“온갖 뒤틀림과 칭얼거림과 방향 상실한 분노와 개념 증발한 분석과 이죽거림이 침침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세상을 어둡게 하는 철학이다. 사상의 형성을 갉아먹는 철학이다. 이러니까 이런 철학(凸學)이다.” - P.135 강신주가 논하는 철학에 대한 저자의 정리

- 란도샘이라는 착한이론, 혹은 오로지 서울대생을 위한 청춘 강의

“어떤 자세로 회사를 다닐 것인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잊는 순간 회사도 당신의 존재를 잊는다.” - P.149(매일매일 면접 보는 자세로 출근하라)

"당신이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했는지 당장 칭찬 받을 선택을 했는지 당신에게 보고받는 사람들은 이미 비슷한 과정을 밟고 올라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당신의 선택 속 수많은 문제점들을 한순간에 파악한다.“ - P.150(사장처럼 일하라)

“점심시간에 같은 회사 직원들끼리 밥 먹는 것처럼 한심한 일이 없다. 신입을 벗어난 후엔 거래처를 만나라.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종에 속해있는 선배나 동창을 만나라. 남들이 다 아는 건 지식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회사 밖에 있다.” - P.150-151(고급정보를 찾아라)

“인맥이란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런 재능이 있습니다. 칭찬하거나 그 사람의 잘못을 변호해주는, 그런 인맥이 많은 사람을 인복이 있다고 한다.” - P.170(진짜 인맥)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기지 말고 검색해라. 이때야 말로 우리가 21세기의 축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기회이다. 이런 검색은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의 지식이 된다.” - P.173

"노동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 자존심과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것(아마 강신주는 이 사실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175

"보호받는 것은 인간의 행복이 아니다. 인간의 행복은 네 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 받는 것, 칭찬 받는 것, 도움이 되는 것,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 P.175(오야마 야스히로 일본 이화학공업의 회장)

“한 분야의 원리를 다른 분야에 접목시키면 문제를 더욱 쉽게 풀 수 있다.” - P.181

"과고에 있어 많은 것을 주장하면 얻을 것은 적고 적게 주장할수록 얻는 것이 많다.“ - P.184

"‘어차피’와 ‘혹시’를 멀리하고, ‘반드시’와 ‘이것’을 가까이하라.“ - P.189

"그 두 사람(김난도와 강신주)의 책이 말도 안 되는 책이라고 일축한 이유가 자고로 책이라면 읽고 남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컨텐츠가 전혀 없어요. 특히 삶에 대해서 말하는 자기계발서, 소위 말하는 힐링 서적류가 특히 심해요. 저자가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그러니까 결국 자기들이 성공한 방식을 아름답게 진열하면서 누구나 나처럼 될 수 있다. 뭐 이런 말을 해대는 게 문제란 거지.“ - P.190-191

"정약용의 독서는 세 방식으로 나뉜다. 정성들여 자세히 읽는 정독,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 등을 메모하는 질서,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그대로 옮겨 적는 초서가 바로 그것이다.” - P.203(독서의 방법)

“처음에는 일주일에 1권 정도가 좋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 가능하면 소설은 피하기를 권한다. 책은 술과 같아서 취하지만 한 번에 쭉 마셔야 한다.

두 번째 책을 고르는 방식은 먼저 읽은 책과 연관성이 있는 책을 집는 것이다. 그렇게 관련된 이야기는 읽을수록 단단한 지식과 빠른 독서속도를 보장한다. 이렇게 석 달을 꾸준히 하자. 열다섯 권 내외의 책을 읽게 된다.

네 번째 달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네 번째 고르는 책의 기준은 두께다. 1,000페이지짜리 두꺼운 책을 골라야한다. 물론 소설은 아직 제외다. 나는 <모던 타임즈>를 추천한다.

다섯 번째 달은 쉬어가는 달이다. 방금 다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최소 2회는 읽어라. 지겨울 것이다. 하지만 쉽게 읽힐 것이다.

여섯 번째 달에는 책을 읽으며 그에 관련된 책들을 집어 들어라. 이달을 끝으로 내 조언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 P.205-213

Round 3.농담수업

“진정한 사랑은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온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글서 진저안 사랑이 드물다.” - P.233 (사랑, 그것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그것을 전혀 원치 않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이드는 성욕, 식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를, 초자아는 이를 어겼을 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도덕법칙을 말한다.” - P. 234

"호기심은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항상 무슨 일에 관해 알고자 함은, 그저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 위해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바다 여행 같은 것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남에게 얘기하지 않고, 또 보고 들은 것을 혼자서 즐겨야만 하고 남에게 전해 줄 희망도 없다면 말이다.“ - P.235 파스칼 <팡세>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나부터 살펴라. 대게의 답은 거기 있을 테니.” - P.238 (남의 버릇만큼 고칠 필요가 있는데 또 있을까)

“세상의 진짜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안 보여서가 아니라 당신이 꼼꼼히 보지 않아서이다.” - P.239 (자넨 보긴 봐.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아)

“나는 오로지 콱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단 한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각성시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당신은 책을 왜 읽는가, 행복해지기 위해? 천만에 책을 읽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대로 우리 자신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우리가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은 우리들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만 한다.” - P.251(독서의 본질을 꿰뚫는 프란츠 카프카의 전언)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저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선 안 된다.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 수준을 벗어날 수 없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 뒤에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 P.255(전공 선택에 대한 현실적 충고)

“고작 책 몇 권 읽고 세상에 모르는 게 없다는 식으로 떠드는 놈들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니 정말 가관이다. 질문 한 방이면 쓰러질 인간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 P.261(자만은 사람을 죽이는 가장 강한 독이다)

“못해도 중간은 가려면 남들이 가는 길로만 다니는 게 최상이다.” - P.272(남들이 안 하는 건 하지 마라)

“취미는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 P.277(취미! 그딴 거 없다)

“우리의 삶의 의미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영화 감상이나 일 년에 세 번 가는 여행이나 이따위 것들에 달려 있다면, 이보다 더한 비극은 없다.” - P.278

→강신주의 여흥예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경욱의 여흥불신은 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꼭 이렇게 어딘가에 편중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어설프게 살면 실패하니까? 실패하면 불행하니까? 남경욱이 권한 책들에서 말하듯 그리고 저자도 말했듯 행복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특별하다’거나 ‘평범하다’는 판단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그런 사실들은 우리가 인정하기 전엔 그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리’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일은 설렁설렁 여흥은 확실히’라며 한쪽에 편중된 강신주를 비난하던 그는 어느새 무조건 강신주의 반대편에 서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오히려 강신주와 비슷한 논리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조금 안타깝기까지 하다. 동물농장에서 사람들을 비난하던 돼지들이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고, 1984에서 스스로 비난하던 범인들과 같아진 윈스턴처럼 증오의 대상과 닮아가는 남경욱의 발언들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취미는 우리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우리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 번의 여행이 미래는 물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며 취미라는 여가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취미라는 것은 우리가 일에 지쳐서,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그 가벼움이 우리의 무거운 삶을 중화시키기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친구가 없어야 좋다는 말이 아니다. 소외감으로 몸부림치는 현대인에게 한두 명의 친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사귀어라. 어설픈 친구는 적을수록 좋다.” - P.282(친구에 목매지 마라)

“윗사람에게 잘난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재능을 펼치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것은 겸손과 약함을 과장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 P.285(장점을 교묘히 숨겨라)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중간은커녕 굶어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많은 인생 선배들이 초심을 잃지 말라고, 뭘 하든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고 역설한다. 대체 왜 들 그러시나.” - P.288-289(초심을 버려라)

→초심을 지키는 것과 변화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스스로 면접을 볼 때의 마음가짐으로 회사에 다니라고 하시던 분이 140페이지 뒤에선 그런 조언에 대해 이리 비수를 던지시다니 강신주처럼 웃음을 주고 싶었던 걸까. 단순히 일을 보는 눈, 사람들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싶으셨다면 적어도 문장 끝은 ‘회사를 씹어 먹겠다던 다짐은 지키며’라는 문장으로 여지를 남겨 놓으시는 게 좋지 않았을까한다. 내용만 읽어서는 ‘이제는 목숨 걸고 할 필요 없다. 융통성을 길러라’로 보인다. 아무리 이건희가 ‘마누라와 자식 버리고 다 바꿔.’라고 말했어도 자기 의견을 휙휙 바꾸라는 뜻은 아니었지 않을까. 뒷부분에 힘이 부치신 걸까. ‘s가 말하는 초심은 그게 아니다’라고 변호하실 생각이라면 인생 선배들이 말하는 ‘초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묻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다가 인생까지 실패하는 수가 있다.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돌아보라. 그 실패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온 몸으로 배워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은 당연히 실패한다.” - P.294

"조금이라도 안 될 것 같아도 안 된다. 안 될 것 같은 건 더 안 된다. 첫 번째 결과가 나왔을 때 포기하라. 대게 처음과 끝은 같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 P.297(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대치를 낮추어라. 좋은 세상이나 좋은 사람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다.” - P.312

"누군가를 ‘까는’ 목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게 이상하기는 하다. 그래서 살아오면서 배웠던 몇 가지 교훈을 첨부하고 설명을 달고 하다 보니 이상한 계발서가 되어버렸다.” - P.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