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백 년 동안 사람을 통해 전해진 극심한 고독은 결국 무의미의 무덤에 파묻힌다. 수많은 아우렐리아노와 아르카디오가 지나쳐간 길은 시대의 여파를 제외하고 쓸쓸한 잿빛 그 자체이다. 비극적인 탄생과 그보다 비극적인 죽음은 백 년의 시간동안 이 가족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우리가 말하는 도덕성보다 사랑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이 집안에서는 근친이나 불륜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그들의 일명 ‘백 년 고독’은 멜키아데스라는 집시의 방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백 년간 매번 같은 비극의 길을 걷는 한 가족을 지켜보는 집시 멜키아데스가 느낀 고독이야 말로 백 년에 걸친 그 고독이 아닐까도 싶다.

 

등장인물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 과학자

우르술라 이구아랑 - 호세의 아내

멜키아데스 - 집시

호세 아르카디오 -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첫째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둘째 아들

아마란타 -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막내 딸

필라르 테르네라 - 호세 아르카디오의 정부

아르카디오 - 필라르와 호세 아르카디오의 아들

레베카 -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친척

레메디오스 - 아우렐리아노의 아내(9살)

페에트로 크레스피 - 아마란타와 레베카의 첫 사랑

아우렐리아노 호세 - 필라르와 아우렐리아노의 아들, 아마란타의 입양아

헤리네르도 마르케스 대령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전우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드 - 아우렐리아노와 산타 소피아 데 라 피에드의 아들(쌍둥이)

아우렐리아노 세군드 - 아우렐리아노와 산타 소피아 데 라 피에드의 아들(쌍둥이)

미녀 레메디오스 - 아우렐리아노와 산타 소피아 데 라 피에드의 딸

페르난다 - 타치에서 온 미인, 아우렐리아노 세군드의 부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 아우렐리아노 세군드와 페르난다의 아들

아마란타 우르술라(메메) - 아우렐리아노 세군드와 페르난다의 딸

아우렐리아노 - 메메의 아이

 

  http://www.latin21.com/board3/view.php?table=criticism_lh&bd_idx=13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우르술라의 집안 가계도를 직접 볼 수 있다.이 책이 내용에 비견할 만큼 유명세를 떨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끔찍한 가계도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문장

 

“멜키아데스는 죽었어요.” - P.26 멜키아데스의 첫 번째 죽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을 전체가 불면증에 걸린 사실을 알고는 집집의 가장들을 불러 모아 불면증에 대해 알고 있는대로 설며애 주었다. 그리고 재앙이 다른 마을에까지 전염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의논했다.” - P.61 레베카로부터 시작된 불면증

 

“누군지 모를 노인이 건넨 정체모를 액체를 마시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기억력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 액체를 건넨 노인은 다름 아닌 멜키아데스였다.” - P.65 불면증으로 인한 기억상실을 앓고 있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죽은 줄 알았던 멜키아데스였다.

 

“사실 그는 죽음의 세계에 있었지만 고독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 세상에 되돌아온 것이었다.” - P.65 멜키아데스가 돌아온 이유

 

“집안은 사람으로 넘쳤다. 아우렐리아노는 자신의 열정을 시작도 끝도 없는 시로 노래했다. 멜키아데스에게서 받은 양피지와 욕실 벽. 자기의 팔에까지 시를 썼다. 온갖 것이 레메디오스가 변신한 모습으로 보였다.” - P.84 사랑에 빠진 아우렐리아노

 

“너무 좋아하지 마. 아무리 먼 곳으로 날 쫓아 보낸다 해도 이 결혼만은 방해하고 말 테니까. 언니를 죽일 수도 있어.” - P.95 피에트로 크레스피를 빼앗긴 슬픔으로 아마란타는 레베카에게 끔찍한 경고를 남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이 터져 레베카의 결혼식은 다시 무기한 연기되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한밤중에 어린 레메디오스가 뱃속이 뒤틀리며 구역질과 함께 뜨거운 물이 목에서 치밀어 올라 고통스러워하더니 3일 후 뱃속에 쌍둥이를 임신한 채 중독으로 사망하고 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 P.110 레베카와 피에트로 크레스피에게도 슬프지만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타(자신의 저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에게는 슬픔을 넘어선 악몽 같은 일이었다.

 

“레베카와 나는 결혼하기로 했소.” - P.118 모험에서 돌아온 호세 아르카디오가 피에트로에게 말한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 P.127 관계의 전쟁을 겪고 있던 마을에 진짜 전쟁이 터지게 된다.

 

“모두들 준비하라고 해! 싸우러 나가는 거야. 이건 미친 짓이 아니라 전쟁이에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저를 아우렐리토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이제 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입니다.” - P.128-129 전쟁에 대해 가장 빠르고 격한 움직임을 보인 건 평소 조용하던 아우렐리아노였다.

 

“이 엉터리 합주 속에서 피에트로 크레스피가 면도날로 손목을 자르고 안식향의 향수가 들어있는 황금대야 속에 손을 담근 채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 P.139 아마란타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피에트로의 안타까운 죽음

 

“아르마딜로가 태어난다 해도 난 상관없어!” - P.187 아마란타에게 전하는 아우렐리아노 호세의 고백

 

“12년이 채 못 되는 동안 대령이 여러 전장을 거치며 낳게 한 아이들에게는 모두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과 그 아이 어머니의 성이 붙여졌다. 그 수는 열일곱 명이나 되었다.” - P.189

 

"어찌 된 거냐, 얘야. 이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구나.“ - P.195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들은 우르술라의 기억 속의 아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들을 지나치게 중요한 나머지 너무 격렬하게 공격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한 나머지 녀석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야. 그만큼 자기희생에 비견할 만한 이상이란 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되지만.” - P.199 호셀 라겔 몬카타 장군의 말은 변해버린 대령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준다.

 

“권력에 따라오는 고독 속에서 그는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그는 자기와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똑같은 목소리로 지껄이고, 자기가 말을 할 때와 똑같은 태도로 허물없이 다가오는, 자신의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여러 곳에서 만났다. 그는 흩어진 자기의 씨앗이 이곳저곳에서 싹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자 오히려 심한 고독에 빠졌다.” - P.207 대령은 지독한 고독에 빠진다.

 

“죽음이야말로 가장 좋은 친구다.” - P.208

 

“대령은 심장의 위치가 표시된 동그라미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의사가 알려준 곳은 총알이 유일하게 급소를 피해갈 수 있는 장소였다.” - P.221-222 대령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오랜 집안 내림으로 비슷한 이름이 여러 번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에서 그녀는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내향적이지만 머리가 좋은 반면,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활동적이고 뱃심은 좋으나 비극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사실이었다.” - P.225 우르술라가 정의내린 집안

 

“백년이 지나기 전까진 아무도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어 있단다.” - P.229 멜키아데스가 전한 양피지.

 

“사실 미녀 레미디오스는 이승의 사람이 아니었다. 마치 현실을 초월한 듯 순진함은 뭇 남성들의 인생을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 P.245

 

"얼마 되지 않은 동안에 많은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기차가 들어선지 10개월이 지났을 무렵에는 옛날부터 마콘도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이곳이 자기네 고장이라고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 P.278

 

"확실한 예감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으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자식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 P.287 비극을 암시한다.

 

“아침 11시에 산타 소피아 데 라 피에다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뒤뜰로 나가서 독수리가 계소개서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고 웬일인가 싶어 둘러보다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시체를 발견했다.” - P.322 전쟁이 끝나고 쇠약해진 그는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다.

 

“페르난다에게 작별인사를 해야지. 평생 동안의 좋은 사구미보다도 비록 잠깐이지만 죽기 전의 화해가 훨씬 가치 있는 것이니까.” - P.338 우르술라 -> 아마란타

 

“아우렐리아노 때와 어쩌면 이리 똑같은지 모르겠구나. 세상살이가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구나.” - P.356 우르술라의 말에서 반복되는 인생이라는 책 전체에 펼쳐진 진리를 살짝 내밀어보인다.

 

“삼 천 명도 더 될 거야. 틀림없다. 역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학살당한 거야!” - P.373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드

 

“꿈을 꾸신 겁니다. 마콘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소.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마콘도는 평화 그 자체니까요.” - P.369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드의 말을 들은 장교. 수 천 명이 죽은 학살이 침묵 속에서 사라지는 당시의 끔찍한 시대를 보여준다.

 

“비는 그쳤다. 어느 금요일 오후 2시에 벽돌가루처럼 빨갛고 바슬바슬한, 마치 물처럼 상쾌한 태양이 쨍쨍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그 후 10년간의 가뭄이 시작되었다.” - P.391 학살 후 찾아온 장마가 끝나고, 가뭄이 찾아온다. 마콘도는 서서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간다.

 

“‘하긴 그렇지. 하지만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다.’ 그녀는 답하면서 자신이 사형수의 독방에 있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과 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금방 입에 올린 그대로, 세월은 조금도 흘러가지 않았으며 다만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는 몸을 떨었다.” - P.396 우르술라는 다시금 반복되는 삶이라는 주제를 얘기한다.

 

“사람들의 건망증은 노무자의 학살사건에 이르면 더욱 심해졌다. 아우렐리아노가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주인뿐 아니라 그녀보다 더 나이가 많은 몇 몇 사람들까지도, 역으로 몰린 노무자나 죽은 자들을 실은 2백랑의 열차 얘기는 엉터리라며 모든 것이 법원의 서류나 교과서에 확실하게 쓰여 있는 대로이며, 바나나 회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 P.455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일족의 최초의 사람은 나무에 묶이고 최후의 사람은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 P.483 백 년간 풀지 못했던 멜키아데스의 양피지가 백 년의 세월을 걸쳐 해독되었다.

 

“양피지는 백 년 전에 멜키아데스가 직접 쓴 것으로 아주 사소한 일까지 낱낱이 기록한 이 집안의 역사였다.” - P.483 양피지의 비밀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운명 지어진 이 집안의 가계는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므로, 거기 적혀있는 모든 것은 과거와 미래를 가질 것 없이 영원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485 양피지의 암호를 푼 아우렐리아노는 그 해석이 아무 의미 없음에 체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