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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이라는 터키 대 작가에 대해서 익히 들어오던 차였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책이라고 내가 알고 있는 건 단 두 권 뿐(<생사불명 야샤르>, <당나귀는 당나귀답게>)이었을 뿐 아니라, 사실은 그 책들을 실제로 읽어 본 적이 아직 없었다는 것, 그게 전부였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비로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을 통해 이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셈이다. 손에 잡자마자 책에 닿는 느낌이 좋았고, 가슴속에서 오매불망하던 작가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뜨거움이 더했고, 책장을 펴드는 순간 첫 이야기에서부터 바로 나의 하트가 꽂혀버렸다. 주인공 독수리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독백을 듣고 있노라니 잠시라도 손에서 책을 놓아버리면 안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흡인력을 그 순간 바로 알아차려 버렸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한 권의 책으로 난 아지즈 네신이라는 작가의 팬이 정말로 되어 버렸고(다시 말하지만, 그 전까지는 그의 이름만 사모하고 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을 나의 위시리스트에 당당히 올려 놓게 되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철학, 또는 불가능한(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모습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단편 우화 모음집 정도로 나름대로 정의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의 관점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으음.. 그래' 하고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보는데, 사랑이라는 것을 달콤함이라는 피상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을 그리면서도, 그래서 가슴이 살짝 아프게 하면서도, 그 장면장면을 아름답게 묘사함에 빨려들어가 맘껏 취할 수 있는 그런 문장들이었다. 왜 사랑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가? 인간과 동식물,그리고 사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는 모습이 왜 이렇게 비슷한가 하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저 아름다운 통찰과 문장에 그저 녹아나기만 해도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책에 담겨있는 6가지 사랑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참고:각 단편의 제목을 그대로 적지는 않았다)
1.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 - 제목만 들어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2. 나무와 인형의 사랑 - 이것도 마찬가지다.
3. 담쟁이덩굴이 고달프게 찾아 헤매는 그 무엇! - 덩굴이 안쓰럽다
4. 조각상들의 사랑 - 이 둘은 죽어서 영원히 하나가 된다. 나름대로 해피엔딩.
5. 나비,시인 그리고 여자 - 솔직히 이 단편은 잘 이해가 안간다. 내용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6편이 다 좋을 수 있겠는가.
6. 튤슈라는 여인을 몹시도 사랑하는 한 남자 이야기 - 튤슈가 누구일까 참 궁금했지만 결과는 ....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역시 책의 앞부분에 만난 독수리와 물고기의 사랑 편이었다. 독수리의 어조가 무척 멋지게 들렸으며, 그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름다운 물고기의 모습이 나에게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았다. 독수리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하늘과 바다라는, 서로 이웃했지만 결코 합쳐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그 둘은 어느 순간부터 연인이 되었고, 결국에는 비극이 예견되는 하지만 찬란한 사랑을 했으며, 결국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에 이르게 된다. 여기까지가 한 남자가 자신의 연인에게 해 준 이야기다. 그리고 그 둘은 비행장에서 서로 헤어진다. 독수리와 아름다운 물고기는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우화였다. 이 첫 이야기를 읽고 이 책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나 할까.

한 자 한 자, 한 낱말 한 낱말, 한 문장 한 문장이 보석같이 빛나기 때문에 곱씹으면서 읽게 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단숨에 읽어버려서 나도 놀랐다. 간결하고 쉬운 문장 때문인 것 같다. 거기다 예쁜 삽화들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를 적으면서 마무리 하련다.

1편의 이야기 중 남자가 여자에게 독수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부분이다.
울먹이던 여자가 이렇게 물었다.
"왜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지어낸 거예요?"
"지어낸 게 아니야. 난 지금 우리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모든 여자는 자신의 바다, 그리고 모든 남자는 자신의 하늘을 품고 있어. 아니면 반대로 모든 여자는 자신의 산을, 모든 남자는 자신의 바다를 품고 있지. 그들은 상대방의 낯선 매력에 빠져들곤 하지.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에서 서로 맞닿을 수 있지만 절대 하나가 될 수 없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없지. 예를 들면, 우리가 그렇잖아. 잠시 후면 너는 비행기를 타고 너의 나라로 돌아갈 거잖아......." (p.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