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난 늘 착하게 살아왔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항상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주위사람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한 분이었고, 난 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 역시 남에게 해코지 못하는 착한 어린이였고,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살아온 매우 모범적이고 착하디 착한 사람이다. 지금도 역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건만, 남편의 말을 지극정성 떠받들고 육아서의 말씀들을 성심성의를 다해 모시는 모범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이 꼭 필요했다.

 

이 책의 소개를 좀 하자면, 착하디 착한 여자들의 스트레스를 덜하게 해주고 정신건강을 조금 더 높여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씌여진 심리분야의 자기개발서라고 할 수 있다. "착하게만 살면 자신의 정신이 건강을 잃을 수도 있으니 조금은 나쁘게도 살아보세요"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책이다. 실제로 상담을 했던 사례들을 들으면서 "이런 사람들도 착한 여자, 착한 딸로 분류된다. 그러니 독자들 중에도 이런 증세가 있으면 조심하시길..." 이런 뉘앙스가 풍겼다. 그 사례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역시나 착한 딸에 약간은 속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간은 "어라? 난 착하지 않은 면도 있나 보군. 의왼데?"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세상에 뭐든 '이거 아니면 저거' 이렇게 딱 떨어지는 일은 없다 보다.

 

그러나, 큰 기대를 가지고 본 책이건만 그 기대에 많은 부분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던 책이다. 일단 여기저기 심심찮게 오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점은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방해꾼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바로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라는 놈이었는데 아마도 책이 급하게 만들어졌거나 번역이 매끄럽지 못했거나, 원문 자체가 좀 덜 매끄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서너 페이지가 한 소제목을 이루는데 글의 길이가 짧아서 글이 이제 시작되나 보다 싶으면 한 소제목의 글이 끝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던져진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따라가고 있다보면 "끝"부분을 난데없이 만나는 경우의 황당함,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다. 좀더 상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졌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가는게 좋은 것인가, 착하게만 살아가는 게 전부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에서 칭찬을 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착한 딸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과거 가족사에 촛점을 맞추어서 파헤치고 있는데 그 부분은 매우 유익했다. 불운하고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던 과거의 가족환경이, 착하지만 불행한 한 개인을 만든다라는 주제였다. 그런 과거를 다시 되새김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불행을 안겨다 준 그 가족 개인을 용서한다든지 인정하는 행위 또는 사고를 통해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고 행복으로 한걸을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해서 100퍼센트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 읽고 난 지금은 의식적으로 "나는 나를 위해서 착하지 않은 행위를 할 필요가 있고 또 그렇게 하려고 일부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쁜 여자로 사는 것도 꽤나 괜찮고 매력적인 일이라는 사고를 나의 뇌 속에 조금은 심어놓게 되었달까? 그 점에 이번 독서의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