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랜 기간에 걸쳐 읽은 책이다. 일단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히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라는 저자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에 있었다.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같은 저자의 훨씬 더 유명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인간을 보는 시선을 털없는 '원숭이'라는 하나의 동물로써 접근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을 신성시하다시피 하여, 다른 동물과 비교되는 것을 무척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책이 나왔을 당시의 반응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동물은 생각이 있을까? 있기는 하겠지? 그런데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느낄까? 사람들은 동물을 길러서, 또는 그냥 사냥해서 잡아 먹는데 과연 동물들이 그러한 대접을 받는 것은 정당한가? 이런 것들이다. 이러한 생각들에 빠지면 나의 아이가 그저 재미로 개미 한마리 죽이는 모습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내가 즐겨먹는 육류나 어류의 고기들은 또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이쯤에서 그 생각들은 접어 두어야 겠다. 나는 육식과 초식을 겸비한 잡식동물이라는 정의를 내림으로써 정리하는 수밖에.... 육식동물도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이르면 사람이 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 죄책감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행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든 존재들은 자기 위주로 살아가기 마련이겠지. 하지만 인간은 너무 똑똑한 존재다. 다른 동물에 비해서 너무 특출나서 그게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 지금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 등에 있어서는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여하튼, 그렇게 특별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동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 바로 털없는 원숭이다. 털없는 원숭이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왜 다른 유인원들과는 달리 털이 거의 없는가, 또, 어떻게 하여 나무에서 내려와 육식을 하게 되었으며, 무리지어 사냥을 하게 되었고, 그 사냥의 습관이 어떻게 지금의 사회적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오늘날 가족제도는 어찌하여 생기게 되었는지, 성행위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정말이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있고, 그밖에 여러가지 면에서 인간의 특징에 대해 동물을 바라보듯이 좀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한 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을 하나의 동물로써 다른 동물들과 근본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고 평등하게 놓고 봤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우월하고 특별하다는 선입견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나를 다른 동물과 평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너무 동물 비하적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는 결론에도 또한 이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