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를 넘게 붙들고 있었다. 일단 처음 40페이지 정도까지는 도입부로 머리말과 추천사 등, 그리고 저자가 처음 라다크에 들어가던 날의 설명으로써 생소한 언어로 된 지명과 사람이름들로 인해 적응하는 시기였다. 참 힘들었다. 그리고나자 갑자기 적응이후에 엄청난 스피드가 생겼다. 엄청난 스피드라고 해봤자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뿐이었지만, 난 신이 났다. 라다크 사람들의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로써의 생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마치 내 마음까지 아름다워지는 듯했기 때문에 읽는 행위는 행복 그 자체였다.

 

중간 중간에 신기한 것들을 가끔 발견했는데 예를들어 라다크에서 쓰는 "압바"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가 "아빠"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이 사람들 혹시 우리와 같은 민족? 하고 더 연구하고픈 마음까지 들었다. 그 이후로도 우리네 시골 생활과 닮은 점들을 발견하면서 정말 같은 민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키질을 하는 것이라든지 기타 등등.... 하지만 중요한 건 비슷한 생활모습이 부분부분 발견되느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된 그들의 그 아름다운, 그리고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을 우리도 가지고 있느냐였다.

 

그들의 사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설명을 하자면, 일단 겉으로 보이는 모습 중 일처다부제라는 것이 있었다. 어라? 이건 우리 조상들(기껏해야 내가 알고 있는 건 조선시대의 풍습이 전부이긴 하지만)의 모습과 정반대가 아닌가? 부인 한명에 남편이 여럿이라.... 거 참, 나로썬 받아들이기 난감하다. 그것도 "다부"의 구성원은 형제간인 경우도 많다 하니 인간사는 참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우리네 조상들간에 있었다고 하는 "다처"들간의 시기와 질투 이런 것이 라다크의 "다부"들 간에는 없었다고 한다. 부인이 남편들간의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가정을 꾸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미개하다고까지 여길 수 있는 생활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지혜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일처다부제에 대한 것만 해도, 그것도 내가 생각나는 것만 말하자고 해도 여기에 다 옮기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하 생략한다. 참 재미난 풍습이 많기도 하다는 것으로 여운을 남긴다.

 

책 내용을 요약하면,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작은 나라 라다크가 74년부터 개방과 개발로 인해 외부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빠르게 근대화되어 가면서 환경과 사람들의 마음까지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일부 사람들이(여기에 저자도 포함된다) 반개발이라는 활동으로써 라다크를 지켜나가는 현재 모습까지를 하나의 비전으로써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개발도 미개발도 아닌 반개발이란 좀 어려운 개념인데 일반적인 개발이 파괴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에 반해서, 지역의 특성을 파괴하지 않고 잘 보존하고 살리면서 살아가는데 편리하도록 개조하는 것이라 한다. 예를 들어 그 지역은 햇빛은 많은데 고지대이다 보니까 춥다. 따라서 햇빛을 이용한 태양열 주택을 만들어 난방에 드는 연료비 구입비를 절감한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책의 앞부분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라다크의 마을 풍경을 거의 너무 이상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홀딱 빠져들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이 개방과 개발로 인한 파괴 이전의 모습이었고, 후반을 넘어서면서 개발로 인해 피폐화된 풍경을 묘사한다. 너무 아프도록 설명하고 있어서 거의 지옥을 연상할 정도였다. 너무 과장된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는 맨 끝부분에는 개발화에 대한 대안을 찾는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끝을 맺지만 실제로는 현재 진행형의 느낌을 준다. 실제로 그렇지 않겠는가? 라다크에는 아직도 책속의 사람들이 살아있고, 그것도 그저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고, 라다크 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도 세계 곳곳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끝까지 한 자도 안빼놓고 읽느라, 꽤나 힘이 들었다. 꼬박(다른 책도 거의 안읽어가며) 이주일 이상을 붙들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을 쏟아선지 오히려 몰입이 안되기도 했다. 포스트잍은 거의 50개 이상은 붙인 듯 하고,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다. 특별히 어려워서 느리게 읽은 것은 아니다. 이런 책은 빨리 읽으면 수박겉핥기에 불과해서 맛이 하나도 안나기 때문이었다. 참, 이 책의 외형상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재생지를 이용해서 종이가 누렇고 거칠다는 점이다. 늘 매끈한 종이에 인쇄된 글자만 읽다가 이런 책을 읽으니 좀 익숙치 않긴 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출판사측의 배려라고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라 표지도 얇아서 무척 잘 구겨진다. 난 책을 가바에 대충 구겨넣고 다니는 사람이라서 역시나 반이 접혔다. 그래도 좋다. 그나저나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부분을 옮져적을 셈인데 양이 많아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