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오랜만에"라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아,참... 그건 아니지.."하는 생각에 그 말은 뺐다. 프랑스인인 저자가 쓰기는 했지만, 기존의 "프랑스"소설에 대한 난해한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고정관념을 깬, 읽기 쉽고 몰입하기도 쉽고, 결코 시시하지는 않은, 내 입맛에 딱 맛는 소설이었다. 아무 걱정 마시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니 읽으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그냥 주저말고 읽으시라는 말이다.

 

분량은 무려 400페이이지나 된다. 어쩐지 처음 들었을때 묵직하더라니.. 하지만 생활하기에 바쁜, 그리고 책을 무척이나 질질 끌면서 읽는 나 같은 사람도 일주일 안에 뚝딱 해치웠다. 밥하면서도 죽끓이면서도, 부엌바닥에, 가스렌지 옆에 주저앉아서 한손엔 주걱을 또 한손엔 책을 들고 읽었다. 책 소개글에 나온 바와 100% 일치하게도 정말 책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왜일까? 곰곰 생각해 봤더니, 읽는이로 하여금 숨돌릴 틈을 주지 않기에 그런 것이었다. 보통, 책을 읽다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같은 줄을 읽고 또 읽고, 응? 뭐였지? 하고 거꾸로 돌아가서 다시 읽는 경우가 많은 책들이 있는데, 뭐 베스트셀러 소설들은 그런 경우가 적긴 하겠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나도 모르게 (만약 모르는 단어나 이름이나 지명이 나왔다손 치더라도) 그냥 휙휙 지나가면서 읽게 되는 것이, 몇 글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게 문맥상, 이야기 흐름상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앞부분의 내용을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잠시 뒤에 일어날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 경우에 도저히 확인을 하고 싶고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빨리 읽게 된는 것이었다.

 

읽는 중에 예전에 읽은 소설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가 잠시 연상되기도 했는데, 약간의 유사성은 있지만 <눈은..>은 공포스런 느낌을 많이 주는 소설이었고 <구해줘>는 따스한 느낌을 시종일관 주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점수를 훨씬 더 후하게 주고 싶다. 간혹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잔인한 장면 자체에 몰입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게 저자한테 고마웠다. 난 무서운 책을 읽으면 꿈에서 며칠을 시달리기 때문이다. 역시나 책을 읽는 동안 그 내용이 꿈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프랑스인 여성 줄리에트, 그리고 뉴욕에 살고 있는 남성인 샘. 줄리에트는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배우가 되고 싶어서 뉴욕에 왔지만, 꿈꾸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로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일을 하다가 결국에는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비행기를 예약한다. 의사인 샘은 과거 어린시절 불행한 환경에서 커온 탓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가지고 살아오다가 어린시절 같은 환경에서 자라온 여자친구와 결혼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자살을 하게 되고, 샘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만난 두 사람, 그들이 연인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되었다. 이후 이야기는 공개할 수 없고, 다만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풀려나가는 이야기에 퍼즐 조각을 맞추기 바빴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머리 아플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다는 게 또한 이 소설의 장점이랄 수 있겠다. 슬슬 읽어도 결구에는 다 정리다 된다.

 

이 책을 내려놓았을 때 행복감을 느낄 거라고 어느 책 소개글에 써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쉬운말로 해피엔딩. 읽으면서도 해피, 읽고나서는 해피엔딩.... 그랬다. 행복한 책읽기였다. 머리가 아프고 행복감을 느낀 지가 오래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