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핀란드의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있던 참에, 이 책을 통해 가본 곳은 아니지만 간접경험을 해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핀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저자의 심각하지 않은 문체의 쉽게 에세지 읽듯 적힌 글들이 사뭇 편안하게 다가왔다.

 

"21세기를 향해 전진하는 온 세상의 떠들썩한 변화에도 핀란드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인 가치를 결코 혼동하거나 무너뜨리지 않고 살아간다. 그 평화롭고 한가한 세상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핀란드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중략) 어디에든 그 풍토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 풍토에서 생겨난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환경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임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중략)

 

지금 한국의 자연, 문화와 전통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을 직시해 본다. 디자이너로서 예술가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또 다른 공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명상을 지금부터 시작한다. - 안애경"

 

저자는 한국에 들어와 여기저기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일회용 컵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을 생각하는 환경배려적 문화가 펼쳐지는 핀란드에서는 일회용 컵보다 도자기 컵에 모두 차를 마시는 덕분이라고. 이런 이유로 도자기 컵도 매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등이 더 발달되서 관련 아티스트/디자이너들의 활약도 두들어지는 것 같았다. 본인에겐 도자공예과를 나온 친구가 여러명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다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현재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을 한국에도 잘 발전시켜 손재주 뛰어나다는 그런 인재들의 생업도 탄탄히 지원하면서 환경도 살릴 수 있는 도자기 컵 사용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램도 들었다.

 

"종이컵보다는 도자기 잔에 담긴 커피에 더 깊은 맛이 담겨 있다. 커피 잔은 가격이나 상표를 기준으로 고르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취향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기능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p.49"

 

 

 

 

2.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평가에 귀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

 

디자이너 사미 린네(Sami Rinne)의 콘셉트가 잘 드러난 커피잔. 그는 자작나무나 사슴 뿔에서 영감을 얻고, 천사를 상상하며 디자인 생각을 발전시켰다. 그가 디자인을 하며 즐기는 순간들이 그의 작품 속에 담기게 된다. 소비자는 작은 커피 잔에 담긴 그 즐거운 디자이너의 생각을 읽고 선택하게 된다.

 

사마 린네는 자신이 디자인을 해서 만들고 굽고 라벨을 붙이고 포장하는 일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한다. 그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생산한다는 철학을 갖고 일하는 디자이너다. 지나가는 길에 사미가 운영하는 작은 스튜디오에 들르면, 그는 일손을 멈추고 늘 자신이 만든 잔에 향이 좋은 에스프레소를 담아낸다. 그는 디자인하는 일뿐 아니라 자신이 만든 잔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의 작은 스튜디오는 도자기 가마에서 쏟아지는 열기와 그의 냉정한 프로 정신이 늘 조화를 이룬다. p.51

 

"핀란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특히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디자인이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세밀한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디자인으로 전해지는 데서 온다. p.56"

 

 

 

3. 에코 디자인, 작은 손으로 세상을 구하다.

 

 

"이 세상에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단지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 핀란드의 리사이크링 패션브랜드, 글로베 호프(Globe Hope)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재료들로 의상을 제작하는 그들은 똑같은 물건이 만들어질 수 없는 유니크한 장점이 있으며, 빈티지 스타일의 의상과 액세서리 라인, 가방, 신발 등 본격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다.

 

 

" 한편으로 글로베 호프 디자인은 그 낡고 오래된 재료들을 통해서

미래의 새로운 세대가 바라보아야 할 역사를 재인식시킨다. p.80"

 

 

"핀란드는 사실 소비성 물질이 풍부하지 않다. 화학 섬유를 생산하는 공장도 없다. 자연환경과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제한하며, 엄격한 원칙 적용에 의해 편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새로 만들어 내는 자원이 아니라 자연에서 그리고 넘치는 쓰레기를 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회 분위기를 갖추었다. 사실은 까다로운 제한 떄문이라기보다 사람들 스스로 자연 그 자체에 미이 많은 자원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아직도 자연 섬유를 선호하고 린넨 같은 천들을 직접 짜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글로베 호프에서 하는 작업들은 핀란드인들에게는 어디에서든 일상적인 작업이다. p.78"

 

:그 외 폐타이어, 버려진 컴퓨터 등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브랜드 세코(Secco)

 

 

1999년 지구 정상회담에서 12세 일본 소녀 세반 스즈키가, "되살릴 수 있는 방법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망가뜨리기만 하는 일,이제는 제발 그만두세요!" 라고 말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끝자락쯤 도달했을때 생각난건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 환경과 느린철학, 자연과 생태계를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도시 미학과, 공학, 디자인 접근, 삶의 태도들을 간접 경험하며~ 언젠가 한번 핀란드를 가면 꼭 카페에 한번 들려 핀란드산 도자기 컵에 맛있는 커피를 담아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