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책 

종말

세뇌의 법칙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 현세에서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순수한 가치'가 분명히 거기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악몽으로 전환해버렸다 해도, 그 빛이 내뿜는 눈부시고 따듯한 초창기의 기억은 지금도 그들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그것은 다른 뭔가로 쉽게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엘리트들이 약속된 사회적 지위를 과감하게 내던지고 신흥종교로 가버린 것은 오늘날 일본의 교육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점에서도 심가하게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 

+ 1932년에 만주국이 건국되었을 대도 마찬가지고 젊은 신진기예 테크노크라트와 전문 기술자, 학자들이 일본에서의 약속된 지위를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대지를 찾아 대륙으로 건너갔다. 그들 대부분은 젊고, 새로운 야심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으며, 높은 학력과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강압적인 구조를 가진 국가 내부에 있는 한, 그 에너지를 유효하게 방출하기는 불가능해 보여？？.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세간의 레일에서 일단은 벗어나더라도, 좀더 융통성 있는, 실험적인 신천지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 그 자체만 보자면 - 그들의 의지는 순수하고 이상주의적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거기에는 훌륭한 '대의'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올바른 길을 걸어간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중대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지하철 지요다 선에 사린을 뿌려 두 사람의 에이단 지하철 직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하야시 이쿠오도 분명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는 '환자를 생각하는 성실하고 우수한 외과의'로 주위의 높은 평가를 어덩ㅆ지만, 아마도 그 때문에 여러 모순과 결함을 품은 현행 의료제도에 차츰 깊은 불신감을 품게 되었고, 그 결과 옴진리교가 제시하는 실행력 있는 정신세계(티끌 하나 없는 강렬한 이상향)에 강하게 마음이 끌렸을 것이다.

 그는 '옴진리교와 나'라는 저서에서, 출가 당시에 교단에 대해 품고 있던 이미지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아사하라는 설법에서 샴발라 계획에 관해 말했습니다. 로터스 빌리지를 건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애스트럴 호스피털'이라는 병원이 있고, '진리학원'이라는 일관교육 학교도 생길 거라고 했는데. 의료는 아사하라가 명상을 통해 다른 차원(애스트랄)이나 과거 생의 기억에서 도입했다는 애스트랄 의학을 구사해 환자의 카르마와 에너지 상태를 파악하고, 죽음이나 전생까지도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숲이 우거진 자연 속에 띄엄띄엄 세워진 건물에서 진정하 ㄴ의료와 교육을 행한다는, 그 무렵 몽상했던 병원과 학교의 모습을 로터스 빌리지에 투영시켰습니다. 

 그는 그런 이상향에 몸을 던지고, 현세의 때에 물들지 않고 엄격한 수행을 계속하면서, 납득이 가는 의료를 철저하게 실천하여 한 사람이라도 많은 환자를 행복하게 ㅁ나드는 꿈을 꿨을 것이다. 물론 그 동기가 순수했다는 것은 인정하고, 여기에서 언급된 비전이 그 나름 아름답고 장관이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런 순진무구한 언설이 현실과 얼마나 심하게 괴리되어 있는지는 한발만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금방 알수 있다. 그것은 우리 눈에 마치 원근감이 없는 신비로운 풍경화처럼 보인다. 

+ 과연 어느 누가 '난 별볼일 없는 인간이니 사회 시스템의 톱니바퀴 속에서 소모되다 죽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는가? 많든 적든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이렇게 살아가는 의미를, 그리고 머지않아 죽어 사라져가는 의미를 가능하면 자기 손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한 답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특별히 비난받을 까닭이 없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치명적인 '단추 잘못 기우기'가 시작된다. 현실의 상이 조금씩 왜곡되기 ？諛′磯？. 약속되었던 장소는, 퍼뜩 정신이 들고 보니 이미 추구하던 것과는 다른 장소로 변해버렸다. 마크 스트랜드가 시에서 읊었듯이 그곳에서는 "산은 더이상 산이 아니며, 태야은 더이상 태양이 아닌"것이다. 

+  그들은 매사를 좀더 성실하게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조금쯤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주위 살마들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없어 약간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표현 수단을 제대로 찾아내기 못해 자존심과 열등감 사이를 격렬하게 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위험성을 내포한 컬트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얇을지도 모른다.

+ [아이와 악]이라는 책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무엇이 정말로 악이냐 하는 것을 표면부터 언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사회가 악이라고 여기는 것은 쓸 수 있어요. 그런 시그이 표현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좀더 본질을 파고드는 말을 하려고 하면 바로 막혀버립니다. 

 저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지하철 사린사건, 옴진리교 사건을 좀처럼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악인가 아닌가' 하는 정의를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죠. 사린을 뿌려서 많은 사람을 죽인 행위 하나만으로 좁혀 말한다면 그것은 물론 악입니다. 

 순수하게 스토리로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모두 더럽혀져 있으니 포아해주는 게 옳다'라는 말도 그 자체로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줄거리오서 그렇다는 뜻이죠. 그런데 그 스토리가 '사린을 뿌린다'는 구체적인 형태를띠면, 그건 명백한 악이 되어버립니다. 그 둘 사이에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할까요. 

 그게 바로 스토리의 공포입니다. 스토리가 가진 힘이 그 개인을 초월해버리죠. 그리고 본인도 희생자가 되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멈출 수가 없어요. 

+ 제 생각입니다만, 지금 세상은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끼는 분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입니다. 학교가 싫다, 회사가 싫다, 그건 당연합니다. 저도 싫었어요. 그러니 그런 곳에서 벗어나 정신적 영역을 깊이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 자체는 잘못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 집어치우고 학교에 가라, 회사에 가라, 그게 옳은 일이다'라고는 저는 쉽게 말할수 없ㅅ브니다. 다만 그런 부정적인 영역을 삼키는 더 큰 긍정적인 영역이 있다면 더 잘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야기를 수용하는 더 큰 이야기 말입니다. 결국 그것은 선악의 승부라기 보다는 스케일의 승부가 될 것 같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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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미움받았죠. 예를 들어 '푸르른 신록' 같은 말을 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칠전팔기' 같은 말은, 일어선 숫자가 넘어진 숫자보다 하나가 많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런 의문을 품고 어른들에게 매달려봐야 웃어넘길 뿐이었습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고,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았죠. 그런 어른들 모습이 굉장히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모르는 부분을 모호한 채로 '뭐, 아무렴 어때' 하고 내동댕이쳐요. 저는 그래도 되는가 하고 저항감을 느꼈던 겁니다. 

+ 스베덴보리라는 사람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명한 학자였지만 50세를 경계로 갑자기 영능력자 비슷하게 변해버렸고, 그후로 사후세계에 관해 엄청난양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저는그의 책을 읽고 그 예리한 논리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그쪽 분애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논리적이고 빈틈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유와 결론의 관계가 굉장히 납득하기 쉬웠습니다. 

'카르마의 법칙' 

+ 제 경우는 채 십분도 마음껏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고, 이래서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으니까요. "자네느 현세와 너무 안 맞아"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얘기도 거의 나누지 않고 난데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겁니다. 평소에 대화도 나누지 않는데 얼굴만 척 보고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를 알아맞혔습니다. 마치 훤히 다 아는 것처럼, 그래서 모두가 믿어버리죠. 

 

+ 의문도 없었습니다. 어떤 의문에나 다 대답이 있었죠. 전부 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다는 식으로 말이죠. 어떤 질문을 해도 곧바로 성의 있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완전히 푹 빠져버렸죠(웃음).

+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앞으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느니, 레이저 무기가 어떠니 플라스마 무기가 어떠니, 완전히 SF처럼 들렸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꽤 재미있었지만, 교단이 몹시 혼란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죠.

+ 지난번에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에 관한 초등학생 인터뷰를 어느 책에 선가 읽었는데, 거기에 "미야자키라는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인간이 마지막에 다다를 곳을 알았기 때문에 뭘 해도 좋다고 생각한 거겠죠"라는 말을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린아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죠. '이런 세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라고 마음속으로 느끼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특히 잚은 사람들, 아이들 중에요. 

+ 일반인들은 불교와 옴진리교가 전혀 다르다는 인상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단순히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말로 치부한다면, 저는 적어도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20대에서 30대까지, 과장되게 말하면 '실존'을 걸고 추구해온 것이니까요. 

+ 아무리 건축 디자인 공부를 하고 일이 잘 풀린다 해도 그걸로 끝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보다는 구준히 수행을 쌓아 최종적으로 해탈에 이르게 된다면, 그게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도 어느 시기까지느 제 스테이지가 안 올라가는 건 노력 부족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도쿄 대학 출신은 존사에게 굉장히 사랑받는구나' 하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주위 친구들과도 그런 얘기를 자주 나눴죠. 저런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최종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결국 나의 더러움 때문'이라거나 '카르마다'라고 납득하고, 거기서 얘기가 끝나버렸죠. 그래서 어떤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라도 잘못은 모두 자기 자시느이 더러움 때문인 거예요. 또 반대로 좋은 일이 있으면, '이건 모두 구루 덕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굉장히 유효한 시스템이군요. 리사이클이라고 할까. 내부에서 모든 것이 완결되는 식이에요. 

+ 옴진리교가 좋냐 나쁘냐는 별개로 하고, 제 안에는 현세에 만족할 수 없는 마음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부모님은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결국 또다시 어긋나서 파탄이 났습니다. 가족과 부딪혔고, 저는 집을 나왔습니다. 

+ 그런데 마쓰모톡 ㅏ하는 건 ㄷ간단히 말하면'자기'와 '번뇌'의 동일화입니다. 에고를 없애려면 자기도 함께 없애라고 하니까요. 인간은 결국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토록 괴로운 것이니, 그 '자기'를 버리면 눈부시게 ？T나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그런데 이 말은 불교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릅니다. 일조의 가치전도죠. 자기란 찾아내애 할 대상이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지하철 사린사건 같은 테러 범죄는 그런 안이한 자기 상실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가 사라지면, 사람은 무차별 살인이나 테러에도 무감각해져버리죠. 

+ 이사가키 섬에 가니 '이게 뭐야?' 싶었어요. 그래도 지시가 떨어지면 다함께 우르르 움직이고 하니까. 그건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되니까요. 시키는 일만 그대로 따라하면 되죠. 자기 인생에 대해 일일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모래사장에서 다같이 호홉법을 하기도 하고 

+ 으음, 그것뿐만은 아니고, 출가는 시간문제였다고 생각해요. 그런 일이 없었어도 결국에는 이끌렸을 거예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결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무래도 영향이 컸어요. 그냥 맡겨두면 되니까요. 지시가 내려오면 그 지시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그 지시는 해탈했다는 아사하라 씨한테서 온 것이니, 모든 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겠죠. 

+ 그에 비하면 윗사람들, 간부들은 전혀 이상하지 ㅇ낳았죠.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사이좋은 사들과는 몰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죠. 이다 에리코 씨나 니미 도모미쓰 씨, 무라이 히데오씨. 이런 얘기를 하면 불쾌하게 생각할 살마도 임ㅆ겠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밑에는 이상한 사람ㄷ르이 많았어요. 저랑 안 맞았죠 

+ 물론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죠. 작년에는 유난히 그랬어요.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어디로 놀러 가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날도 있？？아요. 혼자 집으로 돌아와 불？鄲樗？ 폭죽이 솟구치는 모습을 보면 핑그르르 눈물이 돌기도 했죠. 지금은 그런 감정도 사라졌지만,. 옴진리교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매력적인 사람도 꽤 많았어요. 현실사회에서 만나는 사람과는 전혀 달라요. 

+ 아무래도 가정이 화목하지 않았다는 것도 영향이 크겠죠. 행복하고 문제없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아마 웬만해선 옴진리교에 들어오지 않을 겅예요. 

+ 그 당시 세상의 미래에 관해 진정으로 절실히 고민하고 진지한 종교관을 세우고, 그 종교관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열심히 모색하며 또한 엄격하게 실천하다는 점에서옴진리교를 넘어설 종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 예를 들면 지구상의 식량 위기도 옴 식처럼 모두가 음식 섭ㄹ취를 조금씩 줄여나가면 원활하게 해결되지않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공극ㅂ을 늘리는게 아니라 육체를 변화시키는 거죠. 저도 분명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옴진리교 신자들은 모두 조금밖에 안 먹으니까요. 앞으로 인류가 이 지구와 조화롭게 살아가려 한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 어쩐지 커드 보네거트 주니어의 소실 '슬랩스틱' 같군요. 거기에서도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모두 신체 사이즈를 반으로 줄여버리죠

그거 재미있군요.